돈보다 도전적인 일 많이 줘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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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 20면

Q. 비즈니스의 세계는 대체 누가 이끌어 나가는 건가요. 일을 가장 잘하고 머리가 제일 똑똑한 회사 임원이나 간부들이 실질적으로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만약 더 훌륭한 간부들이 존재한다면 기업이나 나라 모양새가 지금보다 나아질 걸로 보시는지요. 인재들이 사모펀드 등으로 빠져 나가는데 거꾸로 인재를 확보하지 못한 조직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미국 캘리포니아 모데스토에서 한 독자가) 

잭 웰치 부부의 성공 어드바이스② 회사 인재들 자꾸 빠져나가는데

A. 대답은 비즈니스가 무엇을 의미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만약 당신이 정의한 비즈니스의 개념에 헤지펀드와 사모펀드ㆍ투자은행이 포함되면 딱 잘라서 ‘예’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베스트’로 평가받으면서 똑똑한 사람들이 비즈니스를 이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언급한 비즈니스가 우리 경제의 중핵인 제조업체나 소비재 회사를 의미한다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유능하고 명석한 직원들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바로 이게 문제입니다.

물론 아직은 상황이 심각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재능 있는 중역들이 시장에 공개된 상장기업을 떠나 사적 지배구조를 가진 비상장기업으로 옮기는 걱정스러운 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입니다. 데이브 칼호운이 제너럴일렉트릭(GE)을 떠나 닐슨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나 마크 프리소라가 테네코에서 허츠로 이동한 건 유명한 사례입니다. 유명한 헤드헌터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런 변화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으며 강한 추진력을 얻는 와중이어서 마치 산사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상층부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 중간 간부나 MBA 채용시장에서도 일어나곤 하지요. 사실 투자은행들은 오래전부터 일류 경영대학원(MBA) 졸업생의 10~20%를 쏙쏙 뽑아갔습니다. 이젠 유능한 MBA 졸업생들이 점점 더 사모펀드와 헤지펀드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예컨대 2006년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MBA) 졸업생의 25%가 사모펀드ㆍ헤지펀드에서 일자리를 얻었습니다. 다트머스 대학의 턱 스쿨에서 두 분야에 직장을 잡은 졸업생은 10%에 그쳤지만 그건 일자리 공급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었지요.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 중 하나는 물론 돈 때문입니다. 상장기업들이 상급 간부들에게 제공하는 보상은 사모펀드나 금융회사의 두툼한 월급봉투와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하버드 MBA를 나와 사모펀드에 취직한 사람은 지난해 연봉ㆍ보너스를 포함해 평균 28만9000달러를 집으로 챙겨 갔는데 제조업이나 소비재 기업에선 이렇게 많은 돈을 주는 곳을 찾기 힘듭니다.

그러나 이 같은 인재의 쏠림 현상이 꼭 월급과 결부된 문제만은 아닙니다. 사실 일에 대한 사회학적 평가가 더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일을 즐기고 비즈니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비즈니스를 경멸하고 불신하는 자들을 피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요즘 미국 기업들은 전에 없이 비판을 받고 있어요. 소위 소액주주 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은 기업 이사회를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이사회는 성장동력 발굴이나 인수합병(M&A), 세계화와 같은 미래 설계에 관심을 둬야 하지만, 막연한 위험을 내세워 이런 것에서 점점 멀어지게 만든다는 얘기입니다. 또 최고경영자(CEO)들은 결백이 밝혀질 때까지 죄인 취급을 하는 언론의 악착같은 감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러니 사모펀드나 헤지펀드가 러브콜을 보내면 아무리 열정적인 비즈니스맨이라도 노소를 가리지 않고 응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이들 금융 분야는 급여를 많이 줄뿐더러, 대부분 비상장 기업이어서 소액주주 운동가들이나 언론의 감시 활동에 휘둘릴 이유도 없는 것이죠.

우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인재 쏠림 현상을 내버려 두면 안 됩니다. 전통적인 미국 기업들이 지구촌 시장에서 번영하려면 일을 잘하고 머리 좋은 사람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고급 두뇌들이 경제의 한 구석으로 몰리게 만들면 안 됩니다. 그들은 최전선과 중심부에 고루 분포해야 합니다.

헤지펀드와 사모펀드ㆍ투자은행은 컨설팅 분야와는 다릅니다. 유능한 간부와 MBA 출신들은 컨설팅 업계에 3~5년 정도 머물렀다 더 현명해져서 산업계로 복귀하지만 헤지펀드 등은 다릅니다. 그 ‘멋진 세계’의 맛을 본 사람들은 결코 빠져나오려 하지 않습니다.

그럼 해결책이 무엇이냐고요?

답은 오직 기업의 이사회에 있습니다. 이사회는 스스로 벙커에서 탈출해 너무 늦기 전에 문제를 공론화해야 합니다. 뛰어난 성과를 거둔 사람들에게 많은 급여를 주는 보상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보상체계가 소액주주 운동가와 언론의 주된 감시 대상인 상위 5명의 최고위층 중역을 제외한 조직 전체에 깊숙이 뿌리 박도록 만들어야 하고요.

이사회는 최고로 유능하고 명석한 직원들이 직장을 옮기는 계기가 돈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회사는 상급 간부건 MBA 졸업생이건 간에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고 흥미진진하고 도전적인 직무를 제공해야 합니다.

물론 이 두 가지가 인재 쏠림을 멈추게 하진 못할 겁니다. 그러나 속도를 늦출 수는 있습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위대한 임직원만 있으면 걱정할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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