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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익만을 좇는 의사단체(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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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시 의사회가 제약사에 압력을 넣어 단체예방접종을 독점적으로 실시하는 과정에서 폭리를 취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주로 유아원과 초·중등학교의 학생들이 그 대상인 예방접종을 둘러싸고 의사단체와 제약회사간에 뭔지 모를 흑막과 암투가 있었으리라는 추측이 우리 마음을 어둡게 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한 예방접종은 분명 국가의 공중보건정책으로서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의료행위다. 그럼에도 이 과정에서 의사단체가 제약사에 압력을 가하고 의료수가를 담합,인상했다면 의사와 의사단체에 대한 인상은 크게 손상될 수 밖에 없다.
의료보험 실시이후 많은 병원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음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병원의 어려운 사정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단체 예방접종에서까지 만회하려든다면 그것은 의술을 벗어난 지나친 장사속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의술을 인술이라고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의사들의 무조건적 헌신과 봉사만을 요구하는 것도 오늘의 상식에는 어긋난다고 본다. 의사단체라면 구조적으로 잘못된 병·의원의 재정적 구조를 개선할 방안을 제시하고 합법적 해결방안을 요구하는게 그 단체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값싸게 공급해야할 예방접종 같은데서 이익을 챙기려 드는건 방법이 지나치게 치졸하고 반의술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미 여러차례 의사단체와 제약단체간의 분쟁을 보아왔고 양의 또는 한의간의 크고 작은 마찰들이 있음을 알고 있다. 이번 일본 뇌염백신을 둘러싼 의사단체와 제약사간의 마찰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는 집단이기주의의 한 표출일 것임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를테면 예방접종처럼 간단한 의료행위는 제약회사에서도 염가로 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제약사쪽의 반발이 있기에 생겨날 문제였다고 볼 수 있다.
단체 예방접종이란 시술은 간단하지만 만약에 발생될 의료상의 부작용을 감안해서 의사의 지휘아래 실시되어야 함은 상식이다. 그것이 더구나 초·중등학교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예방접종이라면 약품의 선정이나 시술에서 보다 신중하고 정성이 깃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학교예방접종에 필요한 경비는 정부가 분담함으로써 병원쪽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병원에서 제약회사에 압력을 넣거나 의료수가를 높여 학생들의 부담을 높이기보다는 문제해결의 방향을 이런 각도에서 찾는 것이 의사단체인 서울시 의사회가 앞장서 할 일이라고 본다.
국민의 의료와 보건을 담당하고 있는 단체들이 떳떳지 못한 일로 서로의 작은 이익을 챙기려 든다면,그 결과는 서로가 서로의 위상을 해치고 무너뜨리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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