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조약 국제법상무효”/고종 재가없어/순종수결위조 각종 칙령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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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대 규장각 관장
구한말 일제와 체결된 소위 을사보호조약(1905년) 정미7조약(1907)은 국제법상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조약으로서의 효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1905년 이후 반포된 칙령 등에 쓰인 순종의 수결(서명)도 순종의 자필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일제가 식민지 강탈과정에서 이를 위조,각종 칙령을 반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 규장각 이태진관장은 11일 이같은 사실이 지난해부터 구한말 법령 등 소장자료를 정리,「규장각 자료총서­근대법령편」 전3권을 간행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 관장은 1905년 당시 국가간의 조약은 ▲교섭 대표인 특명전권대사에 대한 국가원수의 위임 ▲특명전권대사의 서명 ▲국가원수의 추인등 세가지가 갖춰져야 하나 규장각에 보관돼 있는 을사조약 문서는 고종황제의 위임장없이 당시 대한제국의 외부대신 박제순과 일본 특명전권대사 하야시 곤스케(임권조)의 서명문서로만 이뤄졌으며 당시 작성된 어느 문건에서도 위임·추인절차에 관한 증빙서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1907년에 체결된 정미7조약에도 황제의 위임장은 발견되나 수결이 빠져있고 작성일자가 적혀 있지 않아 이 역시 법적인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장은 일본 국가사료관에서 일본측의 당시 사료를 조사한 윤병석교수(인하대)를 통해 일본측에서도 특명전권대사의 서명문서밖에 가지고 있지 않는등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관장은 을사조약이후 이 법에 따라 통감부를 설치하고 내놓은 법령중에 1907년 각종 행정부처를 일본식으로 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한 48건의 칙령들에 있어서 수결 원본을 대조·감정해본 결과 순종 자필이 아닌 대리명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는 당시 일제가 한반도의 식민지화를 가속화하는 과정에서 국왕의 서명까지 날조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로 이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상당한 파문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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