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구 프로화는 순리"|농구협회 박신자 이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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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 여자 농구가 바르셀로나 올림픽 티킷이 걸린 프리 올림픽 (28일∼6월7일·스페인) 출전에 앞서 프랑스에서 17일간 장신에 대비한 실전 훈련을 벌인 후 2일 오후 귀국했다.
한국 농구는 남자가 지난해 아시아 예선에서 중국에 패해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가운데 여자부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워낙 세계의 벽이 높아 통과 여부는 반반. 대한농구협회 박신자 (51) 국제 이사를 「스포츠 초대석」에서 만나 프리 올림픽을 앞둔 한국 여자 농구계 전반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박씨는 지난 63년 제4회 페루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베스트 5」에 선정 된데 이어 4년 후인 67년 제5회 체코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는 한국을 사상 처음으로 준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 (MVP)에 뽑혔던 배번 14번의 불멸의 슈퍼스타. 67년 은퇴 후 71년 미8군 특별 고문관인 스티븐 브래드너 (61)씨와 결혼, 슬하에 딸 앤 (19·미국 로드아일랜드대 2)과 아들 앤드루 (17·용산 미8군 아메리칸 하이스쿨 3) 등 1남 1녀를 두고 있다.
-한국 여자 농구팀의 전력을 어떻게 보십니까.
▲최경희·유영주 등 외곽진은 훌륭한데 센터진이 아쉬운 것 같습니다. 주전 센터 정은순 (1m87cm)이 급성장 했다고는 하나 아직 경험이 부족한데다 키도 작은 편이고 조문주 (1m82cm)는 손가락 부상에서 회복은 됐으나 4개월간의 공백기가 있어 게임 감각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프리 올림픽에서는 거의 매일 경기가 있는데 주전급인 조문주·최경희 등의 체력도 신경이 쓰이고요. 한국은 키의 열세를 어차피 3점슛 등 외곽슛으로 승부해야 되는데 이것도 골밑이 상대 파워의 30∼40%는 돼야 버틸 수가 있지, 「안방」을 내주고 중거리 슛만으로 되겠습니까. 다행히 이번 전지 훈련 중 장신에 대비한 훈련이 제대로 된 모양입니다. 프랑스·불가리아·체코 등을 따돌린 것을 보면요.
-올림픽 티킷 확보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티킷을 획득하려면 4위안에 들어야 하는데 B조의 한국은 같은 조에서 최강 CIS는 어렵다고 보고 2위권인 불가리아를 무조건 꺾어야 A조 3위 팀과 크로스토너먼트로 유리한 승부를 걸 수 있습니다. A조는 중국이 최강의 전력을 구축, 올림픽 진출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브라질·체코·헝가리 등이 2∼3위를 다툴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 이들과 최종 티킷전을 치를 공산이 큰데 이번 전지 훈련 중 불가리아·체코를 대파한 것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지요. 그러나 본선 무대는 전지 훈련과는 또 다른 만큼 훈련과 최고의 컨디션, 최선의 작전이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면 낙관할 수는 없겠지요.
-한국 농구도 이젠 프로화 시점에 와 있다는 농구계의 여론이 비등한데요.
▲한국 농구는 지금도 허울만 아마추어지 구단 운영이나 모든 면에서 프로나 다름없어요. 선수 스카우트비가 몇억원씩 오가고 팀 운영비가 10억원이 넘는 구단이 즐비 하찮아요. 국제적으로도 올림픽에 프로팀이 출전하는 등 이제 아마·프로의 구분이 없어지고 있는 상태지요. 이런 마당에 아직도 한국농구가 아마를 고집한다는 것은 난센스지요. 아마도 대한농구협회는 순수 아마단체인 대한체육회 산하여서 그런지 독자적으로는 프로를 도입할 의사나 계획이 없는 걸로 압니다. 필요성을 절감하는 구단측에서 먼저 나설 일이지요.
-개인적 질문인데 아들이 이번에 5대째 예일대에 합격했다지요.
▲예, 애들 아빠가 예일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했는데 아들녀석이 지난 4월에 같은 대학 이학부에 합격했다는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5대째인 셈이지요. 아들녀석은 학교에서 공부는 곧잘 했지만 운동에도 워낙 소질이 있어요. 특히 테니스도 프로급인 박씨는 최근 골프 (핸디 12)에 빠져 지난달에는 홀인원도 기록하는 기쁨을 누렸다고 .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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