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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디지털 TV 미국식이냐 유럽식이냐 이번주 가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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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디지털 전송방식을 놓고 2년여를 끌어온 정통부와 방송사 노조, 방송위원회 간 논란이 이번 주 중 중대한 기로를 맞는다.

한달여 동안 해외 8개국을 돌며 양 전송방식의 장단점을 점검한 민관 합동 조사단이 16일 귀국하기 때문이다.

합동조사단은 정통부와 방송위원회.방송국.학계. 산업계에서 17명이 참여했으며, 지난달 22일부터 미국과 영국.독일 등 디지털방송 시행 국가를 돌며 미국식과 유럽식 방송의 장단점을 조사 중이다. 합동조사단은 주내에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양 방식의 기술우위 논쟁을 끝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정통부와 방송사 간 입장이 너무 달라 발표내용과 관계 없이 각자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오는 2005년 말로 계획된 전국 디지털 TV방송 시대 개막은 물건너 갈 수도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정통부는 1999년 7월 디지털TV 전송방식을 미국식(ATSC)으로 결정하고, 서울(2001년)을 시작으로 2002년에는 수도권에서 디지털방송을 시작했다. 또 연말부터는 전국 광역시에서 방송을 시작하고 늦어도 2005년 말까지는 전국 시.군.면 단위에서도 화질이 좋은 디지털 방송시대를 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통부가 결정한 미국식 전송방식에 대해 MBC와 KBS 노조는 2년여 전부터 유럽식(DVB-T)으로 변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방송위원회까지 두 전송방식에 대한 기술적 검토를 실시한 후 전환 여부를 결정하자고 가세했다.

방송사 노조 측은 미국식은 차량에서 이동 중 수신이 잘 안돼 텔레매틱스 등 차세대 산업발전 측면에서 볼 때 불리하다는 주장이다. 또 유럽식은 단일주파수로도 전국적인 방송이 가능한 데 반해 미국식은 지역별로 방송사 주파수를 따로 배정해야 하기 때문에 주파수 자원 관리 차원에서도 유럽식이 월등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더 많은 비용이 들기 전에 전송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통신부는 이동수신 면에서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항목에서는 미국식 전송방식이 유럽식을 압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화질의 선명도에 있어 미국식은 주사선이 1천80개(또는 7백20개)인 고화질 (HDTV)인 데 반해 유럽식은 주사선이 4백80개에 불과한 표준형(SDTV) 구현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동일한 주파수 대역에서 디지털로 전환이 쉬워 투자 비용 절감은 물론 신속한 전국 디지털 방송시대를 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게 정통부 주장이다. 여기에다 2001년부터 디지털 방송이 시작되면서 미국식 전송방식에 맞는 디지털 TV 1백50만대가 이미 전국에 판매된 상황이어서 전송방식을 바꾸면 시청자는 물론 TV를 생산해온 산업계도 엄청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통부는 전송방식을 바꿀 경우 기존 설비투자비와 산업계에 12조원 정도의 피해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자 방송국 허가 추천권을 가진 방송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같은달 30일로 잡혀 있던 시.군 지역의 디지털 방송국 신청기한을 내년 6월 30일까지로 7개월 연장한다고 의결했다. 현행 방송법(9조)에는 방송 허가 신청기한의 연장 여부를 정통부 장관이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송위는 "미국식과 유럽식 전송방식 기술에 대한 장단점 조사가 12월 중순까지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식 전송방식을 전제로 한 방송허가 신청을 받을 수 없어 조사가 끝나는 이후로 연장했다"고 해명했다.

◇외국은 어떤가=국내에서는 방송방식을 놓고 2년째 이전투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외국은 당초 계획대로 디지털 방송을 실시하며 우리를 앞서나가고 있다. 미국은 2006년까지 전국 모든 지역의 디지털화를 계획하고 지난 5월까지 디지털 방송 설비를 갖추지 못한 1백88개 방송국에 페널티까지 부과했다.

유럽도 디지털 방송 시장규모가 커지자 급하게 디지털 방송을 추진 중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2010년 이후에는 아예 아날로그 방송을 못 하도록 했을 정도다.

미국식과 유럽식을 접목한 방송방식(BST-OFDM) 을 채택한 일본도 이달 중 도쿄와 오사카.나고야 등 3대 도시권에서 디지털 방송을 할 예정이고, 2006년에는 전국방송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2011년 이후에는 아날로그 방송을 못 하도록 규정했다.

최형규 기자

◇디지털 TV란=디지털 방식으로 보내온 영상과 음성을 화면에 구현해 내는 고화질 TV. 방송국에서는 제작.편집.송출.수신 모든 단계에 필요한 영상과 음성을 0과 1의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고 이를 압축해 전송한다. 영상과 음성을 전파에 실어 보내는 아날로그 방송과 달리 잡음과 화면겹침이 거의 없고 전송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호오류도 자동으로 교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화질의 선명도가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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