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M&A 사냥' 시작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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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증권사에 대한 은행의 2차 '사냥'이 시작되고 있다. 신한.우리.하나은행 등이 각각 굿모닝.LG투자.대한투자증권을 인수해 금융지주회사로서의 면모를 갖춘 데 이어 국민.기업은행 등이 최근 매각설이 나도는 증권사의 인수 주체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주요 대형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사를 계열사로 보유하지 않아 증권사가 시장에 매물로 나올 때마다 주요 인수 후보군 1순위로 거론된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증권사 인수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간 "구체적인 인수 대상을 정해 검토한 바 없다"고 답변해 왔지만, 가능성을 원천 봉쇄한 것은 아니어서 적당한 매물이 나오면 인수할 뜻이 있다는 것으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공개적으로 증권사 인수 의사를 밝혔다. 종합금융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증권업 면허를 가진 증권사를 인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은행이 증권사의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이들이 보유한 '실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부분 수천억 원대에서 거래될 것으로 보이는데 비해 은행들은 수조 원대의 인수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자기자본에 자회사 출자한도 30%를 적용하면 2006년 말 기준으로 국민은행은 5조7000억 원, 기업은행은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인수합병(M&A)에 투입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온 KGI증권은 KTB자산운용이 주도하고 솔로몬저축은행 등이 참여한 사모투자펀드(PEF)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 2000억 원 안팎의 인수 가격을 써낸 이 PEF가 10여 개 입찰 참여업체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우선 인수 협상자 중 한 곳으로 선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매각 의사를 뚜렷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SK.교보.한양증권 등도 매각설에 휘말리고 있다. 당장 SK증권은 그룹의 지주사 전환 방침으로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둘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조만간 매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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