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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내전종식의 교훈/진창욱 국제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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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프가니스탄이 14년의 내전끝에 전란의 역사를 일단 마무리지었다.
아프가니스탄은 세계 최빈국의 하나이자 냉전구도에서 지정학상의 전략적 가치 외에는 별로 중요성이 부각되지 않던 벽지의 나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카불정권의 붕괴와 반군의 권력인수를 미·유럽은 물론 일본등 세계언론들이 사태의 추이에 따라 연일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해온 것은 주목할만하다. 그것은 아프가니스탄 내전이 동서냉전 40여년기간에서 한국전쟁·베트남전쟁에 이어 냉전으로 빚어진 가장 중요한 대리전쟁으로 기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구소련의 브레즈네프가 팽창주의 정책을 내세워 79년 아프가니스탄에 무력 개입하고 미국이 이에 대응,반카불 무자헤딘세력을 지원함으로써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내전은 한마디로 냉전속의 열전이었다.
이 열전이 구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의 붕괴로 이제 마지막 불꽃을 사그라뜨리고 있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사태는 이런 면에서 단순한 한 나라의 내전종식이 아니라 이 시대 미­소관계의 변화를 단적으로 예시한 것이며 냉전붕괴이후 잇따르고 있는 「분열과 재결합」의 새로운 세계질서의 한 과정으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사회주의붕괴는 소연방과 유고슬라비아의 분열을 가져왔고 체코슬로바키아도 분열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와 달리 강제로 분열됐던 동서독이 통일되었고 아프가니스탄도 분열의 위기를 넘어섰다.
냉전구도의 부작용이었던 강제적 통합과 분열이 그 종식과 함께 모두 제자리를 찾고 있는 셈이다.
앞의 나라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한반도의 입장에서 볼때 아프가니스탄 내전종식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크다. 아프가니스탄사태 진전을 보면서 현재 고양되고 있는 한반도 재통일의 열기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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