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째 50년간 사재 털어 효행상 시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보화원 설립자인 선친 조용효씨의 사진 앞에 선 조광제 이사장

아버지와 아들이 2대에 걸쳐 반세기 동안 효자.효부.열부를 선정해 시상해 온 효행상이 있다.

재단법인 보화원(補化院) 조광제(60.유리판매업.대구시 남구 대명3동) 이사장은 25일 올해의 수상자 29명을 선정, 대구시 대명동 보화원회관에서 제50회 시상식을 연다.

대구 보화원회관에서 열리는 50회 보화상 본상은 우체국 집배원으로 박봉에도 불구하고 8순 노부모와 외로운 독거노인을 봉양해 온 강신일(41.경북 성주군 수륜면)씨가 받는다. 강씨에겐 부상으로 쌀 20가마에 해당하는 현금(80㎏ 한 가마니는 약 18만원)과 각계에서 답지한 물품들이 주어진다. 수상자에겐 그동안 설립자가 직접 경작한 나락 40섬이 주어졌으나 31회부터 쌀값을 현금으로 환산해 주고 있다. 쌀값이 비싸던 60년대만 해도 이 상은 부상의 규모 덕분에 수상자를 배출한 시.군이 떠들썩할 정도였다.

효자.효부.열부와 선행 시민에게 주어지는 이 상은 조씨의 선친인 용효(1990년 작고)씨가 1957년 3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논 20 마지기로 대구시 달성군 월배면 월성동에 경로당인 보화원을 짓고 제정했다.

조씨의 선친은 유리판매업이 크게 성공하자 82년 대구 대명동에 4층짜리 보화원회관을 짓고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 수익금 등 모두 10억원을 기금으로 내 놓았다. 90년 설립자인 선친이 작고하자 아들 광제씨가 뒤를 이어 지금까지 모두 1500여 명을 발굴, 시상해 왔다.

보화상은 지금까지 대구.경북 지역에 국한돼 시상되고 있지만 사실상 국내 효자.효부상의 효시였다.

보화원의 휘장 앞에 선 조광제 이사장

광제씨도 선친의 뜻에 따라 해마다 유리판매 수익금의 일정액을 보화원에 기금으로 내 놓았고 수상자의 효행 기록을 10년 주기로 모아 '망상록(網常錄)' 수천권을 만들어 전국 초.중.고교의 도서관에 보내 효행교육 자료집으로 활용토록 했다.

광제씨는 "울릉도 출신 수상자가 부상을 기금으로 삼아 울릉도에서 효행상을 만들었을 때 큰 보람을 느꼈었다"면서 "시대가 변해서인지 효자.효부.열부를 발굴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구=송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