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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론」새롭게 조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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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마르크스 이론에 따른 계급혁명이론에 쏠려왔던 사회과학계의 관심이 사회주의 권의 붕괴이후 회의 및 비판의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까지 소홀히 해 왔던 점진적·개량적·다원적 경향의 시민사회론 연구로 모아지고 있다.
시민사회론은 노동자만 강조해온 마르크스 이론의 편협성을 비판하고 사회 여러 계층 각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따라서 노동자중심 계급혁명의 과격성을 비판하면서 사회 여러 세력간의 이해조정을 통한 사회발전을 강조한다. 이 이론은 계급혁명 이론을 강조했던 기존의 진보학계풍토에서 사회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지배층의 학문으로 비판받아 많은 관심을 끌지 못해 왔었다.
그러나 80년대 말 이후 계급혁명의 비현실성이 사회과학계 내에서 지적되기 시작하면서 시민사회론은 새롭게 연구대상으로 떠올랐다. 경험적으로 볼 때 계급혁명이론은 사회과학이론으로서 우리가 살고있는 현실세계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했으며 실제로 혁명이 성공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것이 공감을 얻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같은 학계의 관심변화는 사회주의 권의 붕괴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음은 물론이지만 국내상황의 변화도 이에 못지 않은 중요한 영향을 주었다. 전환의 계기는 87년 6월 항쟁이었다. 사회 각 계층이 참가했던 6월 항쟁은 그 자체로 시민사회의 성숙과 사회적 영향력을 웅변한 사건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로 나타난 6·29선언이후 시민사회는 더욱 급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정부의 경제실정을 비판해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몇 차례의 선거과정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보여주었던 공명선거실천 시민운동협의회다. 노동자중심의 계급혁명이라는 구 사회운동의 성공 가능성이 흐려진 반면 여러 계층이 모인 시민단체의 사회운동, 곧 신 사회운동이 주목받는 상황이 시작된 것이다.
이 같은 학계의 관심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학술모임이 23, 24일 이틀간 서울대경영대에서「한국의 정치변동과 시민사회」라는 주제로 열리는 한국사회학회(회장 한완상·서울대교수)·한국정치학회(회장 서정갑·연세대교수) 공동 학술발표회다. 이 행사는 국내 사회학계와 정치학계를 대표하는 두 단체가 최초로 공동 주최한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즉 시민사회론이 최근 우리 나라의 정치와 사회변동을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며 마르크스 이론과 마찬가지로 사회학·정치학 등 사회과학 개별분과 차원을 넘어서는 종합이론이라는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학회의 최대행사인 정기학술회의인만큼 두 학회에서 직접 주제발표와 지정토론자로 참가하는 학자만도 50여명에 이른다.<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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