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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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간통을 형벌로 규율하는 것은 법 이론상 적당하지 않다.
간통은 성인간의 합의에 의해 이뤄지는 사사로운 성의 문제이며 그 피해는 배우자의 정신적 고통에 그친다. 애정의 신뢰를 배반 당한데 따르는 배우자의 정신적 고통은 대단히 큰 것이겠지만 현대 형법의 정신은 개인의 복수심을 충족시켜 주는데 있지는 않다. 혼인은 합의에 의해 이뤄진 일종의 계약이므로 배신은 이혼사유가 되는데 그쳐야 한다.
법 운용상으로는 더욱 그러하다. 간통죄는 친고죄다.
간통죄는 배우자, 특히 여자인 배우자의 이혼 시 재산권을 보장해 주는데 실질적인 사회적 기능이 있다. 고소 후 되도록 큰 액수의 위자료를 받기 위한 협상을 거친 다음 돈의 액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소를 취하하는 게 통례다.
현실에 있어 간통죄의 운용이 위자료라는 경제적 이득을 얻는 경제적 수단에 그친다면 혼인의 순결을 보호한다는 입법 당시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이혼 시 여성의 재산분할 청구권이 제대로 보장돼 있지 않은 우리 나라의 현실은 가족법을 고침으로써 개선돼야지 간통죄의 존속에 의해 편법으로 보정돼야 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조현창<서울사당3동 대림아파트>

<반대=여권보호 중단은 시기 상조>
세계적으로 간통죄를 처벌하는 나라는 우리 나라와 대만뿐이라고 한다. 이것은 그만큼 우리 나라 여성의 권리와 성 개념이 다른 나라에 비해 진보되어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 국민들의 성 윤리 개념을 볼 때 사회적으로나 정신적 차원에서 남성 위주의 사고가 지배적이라는 것은 남녀 모두 인정할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미약하게나마 여성의 성 권리를 보호해주던 간통죄가 폐지된다면 거기에 따른 부작용은 누가 책임지겠는가 하는 것이다.
남성들이 간통죄 폐지를 환영하는 것은 자신의 쾌락을 좇아 행동했을 때 그것에 대한 정신적 갈등과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닌지 모르겠다.
현행 간통죄에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을 대외적으로 알린다는 것 자체가 불쾌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사회가 간통죄폐지에 앞서 수행해야할 과제가 있다. 남성들은 진부한 남성 우월 주의를 버리고, 여성들은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사고방식을 버리는 진보된 사회의식이 그것이다.
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된 후에 간통죄를 폐지하든지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여성들의 강한 반발에 부닥칠 것이다. 주미란 <경기도 안산시 본오동 우성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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