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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혐한분위기를 경계한다(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일본의 우익단체에 속한다는 청년 2명이 요코하마의 한국 총영사관에 자동차를 타고 난입했다. 우리는 이 사건을 일본 우익단체가 빈번하게 벌이는 시위중의 하나라고 가볍게 봐 넘길 수 없다. 최근 일본에서 번지고 있는 혐한현상의 하나라는 문제의 심각성이 내재하고 있음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정신대문제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드라마 「분노의 왕국」에 이르기까지의 사태추이 속에서 일본에서 일고 있는 혐한현상중의 하나로 공관난입사건을 연결시켜 생각한다면 이번 사건은 우연한 일과적 해프닝이라고 볼 수는 없다. 계속해서 형태를 달리하며 언제나 일어날 소지를 안고 있는 심각한 민족 감정의 격화된 대립현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일본의 최근 혐한 분위기에 대해서 우리가 우려하는 바는 두가지다. 그 첫째는,일본의 혐한론이 과거 일제만행에 대한 겸허하고도 솔직한 반성 없이 출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명성황후살해에서 정신대에 이르는 잔학무비의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없이 「자신들의 발목만을 잡고 늘어지는 한국인」상을 일본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있는 일본지식인들의 단견이 확산되고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둘째,「천황」에 대한 맹목적 신앙으로 파괴와 난입을 일삼을 수 있는 일본 극우세력이 어느때 없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일본의 초강대국화와 관련해 지난날의 군국주의 망령을 연상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우려와 아울러 반일과 혐한이 극도로 대립양상을 치닫고 상승작용을 하면서 한일관계가 수교이후 최악의 관계로까지 치닫고 있음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반일감정과 일본의 혐한감정이 서로 상승작용을 하면서 작게는 공관난입에서 크게는 어떤 사태로까지 발전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예측을 불허하는 민족감정의 대립은 결국 양국 어느쪽의 이익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거청산을 위한 관점에서도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감정의 소모일 뿐이다.
이제 우리의 반일감정도 이성과 국익의 관점에서 일시적 감정폭발이 아니라 보다 세련되고 자제된 모습으로 나타나야 할 것이다. 일본 또한 과거의 비행과 만행에 대한 겸허한 반성과 수용 자세를 보이지 않고 「눈에는 눈」이라는 식의 보복적 대응을 하는 몰지각한 자세를 더이상 확산시켜서는 안된다.
한일 양국간의 악화된 관계를 개선하고 회복하는 길은 결국 감정의 소모적 대립이 아니라 국제화 시대의 국가이성을 상호신뢰의 노력으로 쌓아가는 길 뿐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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