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범행 왜 '노리스 홀' 택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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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조승희가 NBC방송에 보낸 동영상 소포로 그동안 풀리지 않던 몇 가지 의문이 해소됐다. 무엇보다 두 명을 살해한 첫 범행 뒤 30명을 죽인 두 번째 범행까지 두 시간 동안 그의 동선이 대략 드러났다. 그럼에도 아직 풀리지 않는 의혹은 있다.

◆ 풀린 의문들=문제의 소포에는 우체국 접수시간이 '4월 16일 오전 9시01분'으로 찍혀 있다. 조승희의 첫 범행은 이날 오전 7시15분에 있었다. 두 번째 범행은 오전 9시15분이었다. 이걸로 미루어 볼 때 조승희는 웨스트 엠블러 존스턴 홀 기숙사에서 두 명을 죽인 뒤 바로 자신이 머무는 하퍼 홀 기숙사로 돌아왔다. 그리고 약 6일 전 찍어 놓은 비디오와 글.사진 등 소포 꾸러미를 챙긴 것으로 보인다.

왜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무참하게 죽였는지에 대한 의문도 어느 정도 풀렸다. 동영상 분석 결과 조승희의 마음속에 세상을 향한 분노, 불특정 다수에 대한 증오가 가득 차 있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방에서 발견된 '난 너 때문에 이 일을 한다'는 메모에서 '너'가 가리켰던 대상도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 여자가 아닌 불특정 다수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동안 범행 동기는 치정 문제가 아닌가 했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을 향한 분노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여전히 남는 의문들=조승희가 왜 노리스 홀(공학관)을 두 번째 범행 타깃으로 삼았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 노리스 홀 주변에는 대학본부 건물인 버러스 홀을 비롯해 훨씬 많은 학생이 수업하는 강의동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수사 당국은 사건 1주일 전 조승희가 독일어 시간에 여자친구와 다투다 담당 교수로부터 꾸지람을 받은 사실이 있어 노리스 홀을 범행장소로 삼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비디오나 성명서에 명시된 범행 이유와는 거리가 있다. 그리고 그가 왜 총격 전 누구를 찾는 듯이 이곳저곳 강의실을 기웃거렸는지도 미스터리다.

조승희가 왜 자신이 머물던 하퍼 홀 기숙사가 아닌 웨스트 앰블러 존스턴 기숙사에 침입, 두 명을 사살했는지도 의문이다. 그가 자신의 말대로 불특정 다수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 것이라면 자신의 기숙사에서 범행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초 피살자인 에밀리 제인 힐셔가 조승희의 스토킹 대상도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힐셔와 언쟁을 벌이고 난 뒤 그를 쐈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어 무슨 언쟁을 했는지도 의문스럽다.

조승희가 1차 범행을 저지른 뒤 체포 위험을 무릅쓰고 차량을 이용해 학교 밖에 있는 우체국까지 갔다 와서 2차 범행을 저지른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뉴욕 타임스는 "두 시간이라는 시차를 두고 흉악한 범행을 저지른 경우는 지난 100년간 일어난 다중 살인사건을 모두 살펴봐도 매우 드문 일"이라고 보도했다. 또 우편물 전달을 1차 범행 전에 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범행 도중에 부칠 만큼 소포가 중요했다면 왜 범행 전에 발송하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NBC방송은 분석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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