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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밖] 드라마 지원 앞장 국정원 "음지를 탈출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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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 출연진들이 국정원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X파일' 'FBI 실종수사대' '인사이드' '앨리어스'….

미국 FBI(연방수사국)나 CIA(중앙정보국)가 등장하는 드라마다. 매회 치밀한 수사력으로 복잡한 사건을 척척 해결한다. FBI나 CIA가 풀지 못할 사건이 없을 것 같다. 이런 홍보 효과 덕분에 이들 기관에선 전담부서를 마련, 영화.드라마 제작을 지원한다. 전직 요원은 드라마 자문역으로 활약한다.

최근 드라마를 향한 국가정보원의 발길도 바빠졌다. 다음달 방영될 MBC '에어시티'에 국정원 청사를 처음 공개한 데 이어 지난달엔 여기에 출연하는 장용.이정재를 '명예 요원'으로 선정했다. 위촉식엔 김만복 국정원장이 직접 참석했다. 또 작가와 요원의 인터뷰를 주선하는 한편 대본도 감수했다. 7월 선보일 '개와 늑대의 시간' 역시 국정원의 지원을 받았다. '꽃미남' 스타 이준기.정경호가 국정원 요원역을 맡아 마약.테러사건을 다룬다. 산업스파이를 소재로 한 또 다른 국정원 드라마도 기획 단계에 있다.

예전 '태풍' '한반도' 같은 영화에서 국정원 요원이 등장한 바 있다. 그러나 요즘처럼 두 팔을 걷고 나선 적은 없었다. 국정원이 굳게 닫혔던 빗장을 열어젖힌 이유는 홍보 효과 때문. 그간의 '어두운' 이미지를 떨어버리는 한편 기관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보자는 뜻이다. '한류'를 타고 국정원이 세계 각지에 소개되면 해외업무 수행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 시도인 만큼 삐걱거리는 부분도 있다. 촬영현장에선 "요원들의 활동상을 물어보면 '그냥 상상하는 대로 쓰라'고만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서로에 대한 기대치가 다른 것. 국정원 관계자는 "아직 공개범위에 대한 기준이 없다. 작업이 거듭될수록 협조도 원활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사실 드라마 속의 FBI도 실제보다 과장된 부분이 많다. 미 해군 수사드라마 'NCIS'의 촬영장에서 만난 한 요원은 "드라마에서 매번 어김없이 사건을 해결하는 걸 보면 부러울 따름"이라고 털어놨다. 또 "멋있게 소개되는 주인공을 보면 막중한 책임감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정재나 이준기의 모습이 실제 국정원 요원과 얼마나 같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더 멋있게 그려져도 좋을 것 같다. 실제 국정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도록….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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