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놓고 정부-업자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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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 올림픽을 전후해 도시 미관 명목을 빌려 서울역을 비롯, 전국 역 광장에 설치돼 철도청에 연간 40억원의 황금 알을 낳는 수입원이 돼온 대형 광고물을 내무부에서 일제 정비에 나서자 업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광고 대행업자들은 『국가적 행사에 협조를 바란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충분한 유예 기간도 주지 않고 정비를 하려느냐』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인 반면 내무부는『허가 조건과 설치 규격이 차이가 나는 등 허가 과정도 불분명하며 개정 광고물 등 관리법에도 어긋나 구제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고 중간에 낀 철도청은 시계탑 등 시설물만이라도 정비 대상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내무부에 요청하고 있다.
◇광고업자=현재 전국 철도역 광장에 설치된 광고물은 모두 2백65건으로 투자된 설치비만도 45억6천여만원이나 돼 일률적으로 정비를 할 경우 대부분 최소한의 내구연한 10년의 절반도 사용하지 못하고 철거하는 자원 낭비가 된다는 주장이다.
철도 광고를 대행하고 있는 1백여 광고업자들은 역 광장 대형 광고물의 경우 철도 주변의 불량 환경을 가리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서울역은 만리동·동자동 등 불량 주택 지구를 가리려고 올림픽 직전에 세웠고 남영역 철도위 양편에 설치된 광고는 방음벽 목적으로 세우는 등 광고 이외의 공공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정비를 늦추도록 호소하고 있다.
특히 업자들은 91년1월 제정된 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에도 군사 시설의 경우 현지 여건을 참조, 시·도지사가 대형 야립6 광고물을 허가해 줄 수 있도록 돼 있는 만큼 이 규정에 철도 시설도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업자들은 또 체육 기금 조성을 위해 국민 체육 진흥 공단에 허가한 광고물은 98년 말까지 경신 허가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철도 광고물은 현재의 허가된 기간이 지나면 경신해 주지 않는 것은 형평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내무부=철도 광고물이 문제가 된 것은 90년8월 광고물 등 관리법이 개정되면서 광고물 종류 중 야립 이라는 규정이 없어진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올림픽을 앞두고 광고업자들이나 관청에서 올림픽 분위기에 편승, 법적 허가권도 없이 광고를 허용하고 우후죽순격으로 설치해 도시 미관을 해쳐왔다는 것이다.
특히 여기에는 무허가 광고물도 덩달아 내무부가 파악한 철도변 광고물 3백30여개 중 1백20여개는 무허가로 우선적인 대상으로 정비하고 있으며 허가 받은 광고물은 허가의 위법 여부를 가리지 않고 허가 기간까지 정비를 유예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내무부는 업자들이 문제 삼고 있는 국민 체육 진흥 공단에 허가한 광고물의 경신 허가와의 형평은 체육 진흥 공단의 경우 올림픽을 위한 공익 기금으로 적법하게 활용된 반면 철도 광고물은 철도청이라는 특정 기관의 이익을 위한 것인 만큼 인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엄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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