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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 공천탈락자 대거 당선/엎치락…뒤치락… 개표장의 길고 긴 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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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 중진들 곳곳탈락 터밭도 “흔들”/운동권출신 민주 소장파들 두각/울산중 차화준씨 11표차 대역전/“현역일때 도도하게 굴었다” 인심잃고 고배/대구남 김해석씨 세번 차점낙선끝에 “4기”
○…울산중에서는 민자당 김태호 후보가 개표직후부터 25일 새벽까지 줄곧 선두를 지켰으나 이날 새벽 6시40분쯤 국민당 차화준 후보에게 막판 뒤집기를 당해 낙선.
김후보는 24일 자정무렵 2천표 이상 차후보를 따돌렸으나 25일 새벽 4시부터 근소한 차이로 추격을 당하다 끝내 11표차로 역전패.
○…민주당의 3선의원으로 정책위의장인 전남보성 유준상 후보는 당초 낙승이 예상됐으나 민자당 이용식 후보의 끈질긴 추격전에 휘말려 고전끝에 민주당 전남당선자중 막차로 여의도행에 합류.
유후보는 이후보를 2위로 따돌리고 밤새 계속 선두를 지켰으나 25일 새벽 5시쯤에는 6백41표차이까지 추적을 당했다가 새벽 6시쯤부터 2천표이상으로 간격을 벌려 신승.
○…경북 경주군의 국민당 임진출 후보는 밤새 민자당 황윤기 후보를 리드하며 계속 선두를 유지,지역구 홍일점 당선을 눈앞에 두었으나 25일 새벽 5시15분쯤 황후보의 추격전에 뒤집기를 당해 아깝게 근소한 표차로 낙선의 고배.
임후보는 개표직후 한때 황후보에게 뒤지다가 24일 오후 11시부터 추월을 시작,계속 1천여표차 이상으로 선두를 달리다 25일 새벽 5시10분쯤 10표차로 추격을 당하더니 급기야 새벽 5시15분쯤 2백9표차로 오히려 뒤집기당해 낙선.
○…민주당 최연소후보로 영등포을에 처녀 출마한 김민석 후보(27)는 한때 민자당 나웅배 후보를 앞서는등 선전했으나 끝내 2백59표차로 아깝게 낙선.
김후보는 개표직후 나후보에게 뒤지다 24일밤 11시쯤부터는 근소한 표차로 나후보를 2위로 따돌리는데 성공했으나 새벽 1시쯤부터 재역전당해 2천표 이상으로 뒤졌다 25일 오전 막판에 재추격을 시작,2백37표차이까지 따라잡았으나 재뒤집기에 실패.
○…개표직후부터 줄곧 민주당 임채정 후보에게 뒤져 낙선을 눈앞에 두었던 노원을의 민자당 김용채 후보는 25일 오전 부재자투표덕에 36표차로 극적인 막판뒤집기에 성공,턱걸이 당선.
○…경기 여주의 이규택 후보(민주)는 군내 유지들의 사전정지작업 덕분에 다른 야당후보는 등록조차하지 못해 표분산을 막을 수 있어 4선의 정동성 후보(민자)를 꺾는 개가.
경기부천 3개선거구는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는데 중갑(안동선) 남(박규식)의 강세에 힘입어 중을(원혜영)까지 싹쓸이.
시흥­군포의 민주당 당선자 제정구 후보는 민자당 황철수 의원의 지역평가가 좋지 않은 점을 이용,철거민촌인 보금자리마을 등을 기반으로 두번째 도전에 금배지를 다는데 성공.
○…대구서갑의 무소속 정호용씨는 지난 90년 4·3보선 당시 사퇴파문등의 경력탓에 6공에 대한 반발심과 동정심을 등에 업고 민자당 문희갑 후보와 민주당 백승홍 후보를 물리치고 여의도 입성에 성공.
또 남구에서는 국민당의 김해석씨가 세번 차점낙선끝에 3전4기에 성공했는데 민자당 이정무 의원의 지역구 관리소홀과 동정심 유발 등이 주효. 수성갑의 국민당 윤영탁 후보도 비슷한 케이스.
경북문경­점촌의 무소속 이승무 후보는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봉명탄좌를 운영해온데다 「민정계 공천」임을 내세워 민주계의 신영국 의원을 물리치고 금배지를 차지했으며 안동의 무소속 김길홍 후보도 역시 「민정계 공천」임을 주장,민주계의 오경의 의원을 제압.
○…13대총선에서 민정당 후보로 삼척시­삼척군에 출마,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김일동 현 민자당의원(54)에게 패했던 김정남 후보(52)가 4년간의 와신상담끝에 이번에는 무소속으로 출마,거꾸로 민자당 후보로 나온 김일동씨를 2천5백여표차로 이겨 3선의원이 되는 기쁨을 만끽.
○…80명의 낙선자중 특히 민자당의 다선·중진급 의원들이 다수 포함돼 상당폭의 물갈이가 자연스레 이루어졌다.
6선의 이병희 전 무임소장관은 수원장안에서 무명의 치과의사출신 이호정 후보(국민)에게 패배했고 남재희 국회윤리위원장(4선)도 강서을에서 최두환 후보(민주)와 엎치락 뒤치락 끝에 고배.
박용만 국회행정위원장(4선)도 성동병에서 변호사출신 강수림 후보(민주)와 격전끝에 밀려 낙선.
이치호 국회법사위원장(3선)은 대구 수성을에서 민자당 공천경쟁에서 낙선,국민당 후보로 나온 윤영탁 전 의원에게 덜미를 잡혔고,이대엽 국회교체위원장(4선)도 아성으로 여겨지던 성남수정에서 이윤수 후보(민주)에게 고배.
민정당 원내총무와 체육부장관을 지낸 정동성 의원(4선)도 여주에서 중앙일보 문화사업부장 출신의 이규택 후보(민주)에게 패배.
농수산부장관·정무장관을 지낸 정종택 의원(3선)도 청주갑에서 제일학원장인 김진영 후보(국민)에게 막판에 역전을 당했으며 유한렬 국회동자위원장(4선)은 금산에서 무명정치인 정태영 후보(국민)에게 무릎을 꿇었다.
김현욱 전 국회외무위원장(3선)도 당진에서 한국웅변학술협회장 송영진 후보(국민)와 접전끝에 밀려났다.
김중권 국회법사위원장(3선)은 울진에서 울진경찰서장 출신의 이학원 후보(국민)에게 개표초반부터 맥없이 무너졌다.
강보성 전 농림수산부장관(2선)도 서귀포­남제주에서 변정일 전의원(전 헌법재판 사무처장)에게 물렸고 오유방 의원(3선)은 은평갑에서 변호사인 언론인출신 손세일 전 의원에게 패배했다.
초선이지만 김영삼 민자당 대표의 핵심측근으로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발휘했던 황병태 의원은 강남갑에서 깃발론의 김동길 전 연대교수에게 대패했다. 역시 초선으로 상공장관을 지냈던 한승수 의원이 춘천에서 72세의 손승덕 전 의원(국민)에게 밀려났다.
○…민주당 당선자 가운데에는 소장 운동권 출신들의 진출이 특히 두드러져 눈길.
해직기자 출신으로 신민당과 민주당의 야권통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민련의장 이부영 최고위원(서울 강동갑)과 민청학련사건 당시 사형선고를 받았던 유인태 당무위원(도봉갑)이 당선.
80년 「서울의 봄」때 고대 학생회장으로 민주화시위를 주도하다 계엄법 위반으로 구속됐던 신계륜씨(성북을)도 합류.
민통련·국민운동본부·전민련 등 재야단체들에게 활약하다 이부영 최고위원과 함께 제도권 정당에 들어온 박계동씨(강서갑),가톨릭농민회장 출신으로 농민운동의 「대부」 이길재 대외협력위원장(광주북을),민청학련사건 등으로 7년여동안 감옥생활을 하고 민주당 공천자 하경철 변호사의 공천반납으로 뒤늦게 공천을 받은 장영달씨(전북완산)가 여의도 입성에 성공.
또 빈민운동가로서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제정구 전 한겨레민주당 대표(시흥­군포)가 민주당으로 옷을 바꿔입고 출마,금배지를 달게 됐고 긴급조치 위반으로 구속됐던 원혜영 전 풀무원식품 사장(부천중을)도 입성.
○…후보등록때부터 심상치 않은 전망을 낳았던 민자당 공천탈락자들은 국민당말을 타거나 무소속으로 상당지역에서 민자당 후보를 제압.
김길홍(안동) 성무용(천안시) 조진형(인천북갑) 이승무(점촌­문경) 강창희(대전중) 이재환(대전서­유성) 김정남(삼척) 최돈웅(강릉) 후보가 무소속으로 지역구를 차지했으며 지구당창당대회때 금품살포로 공천박탈은 물론 구속돼 옥중출마한 이강두 후보(거창)도 무소속으로 당선.
5공그룹으로 분류되는 허화평(포항) 김상구(상주) 이상재(공주) 후보도 14대에 진입. 민자당 공천을 신청하지 않았던 하순봉 후보(진주)도 무소속으로 당선.
민자당 공천에서 탈락,국민당 간판을 달았던 김효영(동해) 김찬우(청송­영덕) 윤항렬(광명) 박제상(과천­의왕) 윤영탁(대구수성을) 김해석(대구남) 김범명(논산) 후보도 민자당 경쟁자들을 제압.
이밖에 무소속 박헌기(영천) 김호일(마산합포),국민당 이학원 후보(울진)가 탄탄하다는 정동윤·백찬기·김중권 민자당의원을 꺾어 파란.
○…민주당 당선자를 소계파별로 보면 13대총선때 평민당과 합류한 평민연은 이길재씨와 기존의 김영진(강진­완도) 박석무(무안) 정상용(광주서갑)의원과 함께 모두 4명.
정발연은 노승환 회장의 민주당 탈당으로 대체로 신민계 주류측에 통합된 상태지만 정대철(중구) 박실(동작을) 김종완(송파을) 김덕규(중랑갑) 한영수(서산­태안)씨 등 5명이 당선.
신민련에서는 7명을 공천,이중 신계륜씨(성북을)만 당선됐고 이부영 최고위원의 민련은 유인태·박계동·원혜영씨 등 4명이 진출.
이기택 공동대표의 직계로는 강수림(성동병) 하근수(인천남을) 김원웅(대전대덕) 정기호(청주을) 김장곤(나주)씨 등 5명에 불과하며 민련과 비주류를 포함해도 18,19명 수준에 불과,계파유지에도 힘이 달리는 실정에 놓이게 됐다.
한편 민주당 현역의원으로서 낙선의 고배를 마신 사람은 부산의 김정길(영도) 노무현(동) 의원과 서울의 강금식(성동갑) 최훈(동대문갑) 이상수(중랑갑) 양성우(양천갑) 허탁(충북진천­음성) 김현(대전동갑) 의원 등으로 신민계 4명,민주계 4명.
○…14대 총선 지역구 당선자중 최다선은 8선의 박준규 국회의장(대구동을)이 차지했고 김종필 민자당 최고위원(부여)과 김재순 전 국회의장(철원­화천)은 각각 7선을 기록.
또 민자당 신상우(부산북을) 황낙주(창원을) 후보와 이종근 후보(충주­중원)는 6선을 차지했고 5선은 5명,4선은 23명,3선은 39명의 분포.
학력별로는 대졸이상이 92%로 대부분을 차지했고,전문대 이상 6%,중졸 1%,고졸 1%를 각각 차지.
연령별로는 50대가 63명으로 가장 많고 60대 21명,40대 14명,30대 2명순.
○…국민당 수뇌부는 25일 새벽 개표종반에 국민당 후보의 당선자수가 늘어나고 여소야대가 확실시되자 『우리당의 승리』라며 만세를 부르는등 축제분위기.
5층상황실에는 조윤형 선거대책본부장·이용준 사무총장 등 당직자등 50여명이 만세3창을 부르며 『이제 국민당은 한국정치사에서 새 면모를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득의만면.
당선이 확정된후 중앙당사로 달려온 강남갑의 김동길 후보는 『이제 내 생애에서 새로운 생활이 시작됐다』며 『말과 글로 시대의 잘못을 비판하는 일에서 이제 정치일선에서 잘못을 바로잡는 새로운 길로 들어서게 됐다』고 소감을 피력.
○…당초 예상과는 달리 강원도 동해시에서 민자당 현역의원인 홍희표 후보(54)가 국민당 김효영 후보(69)에게 3천8백표 이상으로 「완패」를 당하자 동해시 주민들은 투표결과에 대해 의견이 분분.
당초 강원도 지방경찰청의 분석에서도 무난히 이길 것으로 예상됐던 홍후보의 패배에 대해 주민들은 『홍후보가 김후보의 이지역 출마를 예상치 못해 방심한데다 국회의원으로 있으면서 도도하게 굴어 인심을 잃는등 지역구관리를 잘못해온 탓』이라고 분석.
○…강원도 홍천군에서 당선된 국민당 조일현 후보(37)가 민자당 이응선 후보(58)의 친형인 이교선씨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화제.
이교선씨는 국민당 창당때부터 깊숙이 간여해왔기 때문에 민자당에서도 처음에는 이응선씨에게 후보공천을 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현역 국회의원인데다 「크게 하자가 없어」공천을 했다는 후문.
○…전두환 전 대통령은 25일 14대 총선이 여소야대로 결론났다는 보고를 측근으로부터 받고,『민자당의 안정의석 확보실패로 14대국회와 정국운영이 순탄치 못할 것으로 우려되지만 이번 선거결과는 현정권의 실정과 부도덕성에 대해 국민이 준엄한 심판을 한 것』이라며 『정부·여당의 실패는 자업자득』이라고 지적했다고 한 측근이 전언.
전 전대통령은 『특히 안기부의 대공수사요원들까지 선거공작에 관련된 것은 몇몇 개인의 차의에 의한 것이든,지시를 받고 한 것이든 있을 수 없는 일로서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이 측근은 전달.
○…6공 권부의 실력자인 김영일 후보(민자·전 청와대 사정수석)와 5공의 실세인 이학봉 전 의원의 부인 이설혜씨가 무소속으로 나온 김해는 김후보가 초반부터 앞섰으나 이후보도 나름대로 인상깊은 선전.
창당대회에서 돈을 뿌려 구속되고 민자당에서 쫓겨난 이강두 후보(무소속)가 옥중출마한 거창은 이후보의 초반강세로 옥중당선.
○…전북 남원시­남원군의 민자당 양창식 후보는 민주당 조찬형 후보와 무소속 이형배 후보간의 싸움 때문에 어부지리.
개표초반 조·이후보에 이어 3위를 달렸으나 이날 자정부터 1위로 급부상. 조후보와 이후보는 개표초반부터 혼전을 거듭해 1,2위를 2백∼3백표차로 시소게임을 벌였으나 양후보의 추격에 휘말려 3파전으로 혼전을 거듭.
○…부산·경남지역에 YS바람이 거세게 불었음에도 불구,진주지역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하순봉 후보가 민자당 후보와 경합을 벌일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는 달리 개표초반부터 더블스코어의 압도적 차이로 시종 리드.
하후보측은 승리의 가장 큰 요인으로 저인망식 주민접촉을 꼽았는데 4년전 13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선거 3일뒤부터 곧바로 맨투맨식 주민접근에 나서 지금까지 4년동안 주례를 8백곳이나 서고 상가를 3천5백곳이나 다니는등 저인망식 작전을 펴왔다는 것.
여기에 지난 21일 모친(75세)이 고혈압으로 숨진 것이 동정표로 작용했고 80년대 이후 여당후보가 계속 1등을 하지 못해온 진주시의 지역특성도 작용했다는 후문.
○…경기 김포­강화지역에서 아홉번째 출마한 국민당 김두섭 후보는 개표초반 3명의 출마자중 3위를 달리다 오후 11시부터 선두그룹을 따라잡기 시작,오후 11시40분쯤 현역의원인 민자당 정해창 후보를 1천표차로 앞서 8전9기의 신화를 창조.
○…대구·경북은 예상대로 무소속과 국민당의 돌풍현상이 자정이 가까워질수록 나타나 민자당공천의 문제점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가장 초점이 되어있던 대구서갑에서는 정호용 후보(무)가 문희갑 후보(민자)와 박빙의 시소를 벌이다가 점점 차를 벌려 당선됐으며 수성갑의 이치호 후보(민자)는 윤영탁 후보(국민)에게 덜미.
경북지역에서는 곳곳에서 무소속이 선두를 지켰는데 박헌기(영천) 김상구(상주) 이승무(문경­점촌) 김길홍(안동) 허화평(포항) 후보 등이 앞서 당선.<기동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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