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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집권“ 불 사회당 퇴조/22개지역 지방선거 모두 참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경기침체 등에 국민불신 확산/환경보호세력 지지율 급상승
22일 실시된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인 사회당이 참패함으로써 프랑스의 정국개편이 불가피하게 됐다. 비례대표제로 실시된 이번 선거결과 해외영토를 제외한 프랑스 22개 지역중 사회당이 지방의회의 다수의석을 차지한 곳은 한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올해로 집권 12년째를 맞고 있는 사회당의 명백한 퇴조추세를 입증했다. 한편 사회당에 대한 지지 감소에도 불구,프랑스의 양대 우파야당인 공화연합(RPR:당수 자크 시라크)과 프랑스민주연합(UDF:당수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에 대한 지지도 크게 줄어 기존 정치세력 전반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높은 불신감을 반영했다.
반면 『프랑스인을 위한 프랑스』를 내세우며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벌인 유럽의 가장 강력한 극우정당 국민전선(FN:당수 장 마리 르펭)은 이번 선거에서 전국적으로 13.5%의 전례없는 진출을 이룸으로써 제3의 정치세력으로 정착하는데 성공했다.
외국이민 및 각종 사회범죄 증가,실업증가,경기침체 등 프랑스가 직면하고 있는 불건전한 사회환경을 배경으로 기존 정치세력에 불만을 느끼고 있는 중산층을 급속히 파고들고 있는 FN은 이번 선거를 통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중요 정치세력으로 등장,앞으로 프랑스 정국개편에 최대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선거에서 또 하나 특기할만한 점은 환경보호세력의 부상이다. 같은 계열의 녹색당과 환경세대당 등 두 당은 전국적으로 총 14.7%의 지지를 획득함으로써 지난 86년 녹색당이 거뒀던 지지율 2.3%와 비교할 때 눈부신 신장세를 보였다. 특히 사회당 정부의 현직 환경장관으로 환경세대당을 이끌고 있는 브리스 라롱드 당수는 현실에 바탕을 둔 새로운 환경보호론을 제창,이번 선거에 처음 나온 신당의 한계에도 불구,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녹색당이 중립노선을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환경세대는 경우에 따라 사회당등 극우정당과 연합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공산당은 소련붕괴의 여파에도 불구,지난 86년(10.2%)과 비슷한 7.9%의 지지율을 획득함으로써 사회당과 좌파연립정부 구성가능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지방선거라는 한계에도 불구,이번 선거결과는 내년봄으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국민여론을 수렴하는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음을 분명히 확인한 사회당으로서는 내년 총선에 대비한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인기없는 에디트 크레송 총리를 자크 들로르 유럽공동체(EC) 집행위원장이나 피에르 베레고부아 현 재무장관으로 경질하거나 내년 총선에서 우파가 압승,제2의 동거정부가 출현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소선거구제인 현행 국회의원선거 제도를 비례대표제로 바꾸는 방안 등이 가능성있는 선택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미테랑 대통령이 어떠한 수를 쓰더라도 이미 12년 사회당 정권에 식상한 여론을 돌려놓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 지적이다. 따라서 어차피 내년 총선에서 사회당이 패할게 분명하다면 미테랑 대통령으로서는 드골식의 명예로운 퇴진을 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즉 올가을로 예상되는 국민투표를 통해 현행 7년인 대통령의 임기를 5년으로 줄이는 개헌을 실시한뒤 그에게 보장된 95년까지의 임기에 관계없이 총선전에 자진사임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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