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하는 교수라야 참교수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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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학이 연구를 게을리하고,학생이 공부를 등한시하는 풍조가 만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학가의 격렬 시위와 소요속에서 연구와 교육은 뒷전이었고 대학의 본래 기능은 황폐화 되었다.
교수는 연구보다는 재단과 학생들의 틈바구니에서 눈치 보고 적당히 넘어가는 월급쟁이로 전락했다는 자탄의 소리가 높았고,운동권 학생이라면 강의실 한번 들르지 않고도 「귀찮은 존재」이기 때문에 졸업을 시켰다.
이제 대학과 대학교수들이 스스로 이래서는 안된다는 자성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수 승진심사를 보다 엄격히 강화하고 적용함으로써 공부하는 대학과 연구하는 대학교수가 되어야 한다는 구체적 움직임이 대학내부에서 일고 있음은 뒤늦은 일이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서울대 공과대학에 이어 홍익대 교수들은 지금까지 형식적으로만 실시되어 왔던 연구성과에 따른 교수 승진심사제도를 대폭 강화하면서 연구의 성과를 실질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런 제도의 변화는 미국식의 테뉴어제를 기본으로 하는 연구중심의 대학분위기를 창출하는 기본적 자세라고 보고,그것이 종래의 형식적 실시가 아니라 실질적 성과를 거두는 제도적 운용이 되기를 기대한다.
대학의 본래기능인 연구와 교육기능을 정상적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대체로 두가지 방안이 제시될 수 있다. 그 첫째가 교수간의 연구 경쟁을 제고하고 유도하는 승진방식이고,둘째가 연고와 파벌을 배제한 교수채용의 공정한 공개채용 방식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되어 있는 이 방식들이 우리 대학에서는 아직도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실력있는 젊은 연구자들이 강사자리를 전전하고 채용에는 거액의 뒷거래가 있어야 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형편이다.
교수채용에서 재단의 횡포가 작용되거나 교수집단의 학벌주의가 개입될 소지가 많기 때문에 교수 지망생은 연구보다는 연고와 줄을 찾아 나서게 되고,일단 채용되면 한번 교수는 영원한 교수라는 분위기에 안주하면서 연구와 교육의 기능을 소홀히 하게 되는 것이다.
대학이 연구부재의 분위기에 휩쓸리고 연구를 소홀히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불합리하고 형식적인 교수 승진제와 연고와 파벌을 중시하는 교수채용방식에 있다고 본다. 겉으로는 공개채용을 내걸면서도 안으로는 이미 내정자를 정해 두는 들러리용 공개채용형식일 뿐이다.
새롭게 일고 있는 공부하는 대학교수 분위기가 여러 대학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하면서 교수채용의 공정성과 공개성이 확보되는 장치가 교수집단에 의해 주도되고 추진되기를 당부한다.
대학이 연구와 교육을 중시하는 분위기에 젖어들 때 비로소 우리도 첨단산업화와 기술정보시대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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