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합의 이번엔 지켜라(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8일로 못박은 핵통제공동위원회의 발족시한을 나흘 앞두고 그 구성 및 운영방안과 아울러 사찰시기가 남북간에 가까스로 합의됐다.
이로써 남북한 관계 뿐 아니라 국제적인 긴장까지 불러왔던 북한의 핵개발의혹의 진위를 가릴 수 있는 일차적 난관은 극복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합의서발효이후 남북관계를 촉진하기는 커녕 주춤하게 했던 장애도 제거돼 합의서에 규정된 각종 남북한 대화와 교류도 활성화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 공동위에 그같은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미진한 느낌을 갖는 것은 왜 북한측이 일찍 좀더 솔직하게 핵사찰일정에 동의하지 않아 불필요한 긴장을 불렀나 하는 점이다.
이제 급박하게 논의되고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은 일단 해결되어 공동위원회에서 구체적으로 검증에 필요한 문건을 작성하는 일이 남았다. 지금까지 핵사찰문제에 관한한 최대한 시간을 끌려 한다는 불명예스러운 비판을 받아왔던 북한측은 이를 계기로 좀더 성실한 자세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지난달 비핵화선언이 발효된뒤 진행되어온 일곱차례의 예비접촉에서 우리측은 「공동위원회 구성후 1개월내 남북한 핵시설 상호시범사찰」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북한은 영변의 핵시설을 사찰하려면 남한의 모든 미군기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기존의 논리에 덧붙여 비핵화선언을 항목별로 이행키 위한 합의서와 사찰규정을 같이 채택하자는 또다른 요구를 들고 나섰다.
북한이 이러한 태도로 나왔던 것은 몇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북한이 전술적 측면에서 기본적으로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갖도록 했다. 정치분과위와 군사분과위에서 새로운 문제들을 많이 제기하면서 「일괄타결 동시집행」의 원칙을 내세웠던 것은 문제를 복잡하게 해 손쉬운 문제나 핵문제같은 긴급문제를 우선해 합의가 이뤄지는대로 이행하자는 우리측 입장을 가로막자는 전술로 해석됐었다.
또 하나는 미국과의 직접 접촉을 위한 정치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치분과위에서 평화협정의 당사자로 남한을 명기하지 않은데서 그러한 속셈이 드러난다.
북한이 아직도 현실과 동떨어진 이런 낡은 생각과 수법이 통용된다고 믿는다면 이만저만한 오산이 아니다. 북한 핵문제는 이미 심각한 국제문제로 부각돼 유엔의 제재에서부터 무력응징논의까지 나올 정도다.
그런 강경론까지 나오도록 북한이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던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번의 약속이 성실히 이행된다면 전화위복의 전기로 활용될 수도 있다. 핵통제 공동위원회가 원활히 운용되기를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