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활동에 이상 있다(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연초의 경제활동 내용이 당초 정부가 내걸었던 긴축과 안정,그리고 성장의 내실화라는 금년도 경제운용 기조와는 어긋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다간 금년에도 껍데기만 키우는 부실성장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난 7일 경제기획원과 통계청이 발표한 1월중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수출보다는 소비증가가 성장을 주도하고,제조업의 설비투자 보다는 건설투자가 투자부문의 활동을 지배하는 지난해의 양상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1월 한달동안의 산업활동 실적만을 가지고 마치 그것이 1년내내 이어질 산업활동을 예상하는 근거로 삼는건 성급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우리 경제구조를 특징지워온 수출과 제조업의 부진,건설경기과열과 과소비에 대한 반성을 기초로 그 시정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금년도 경제운용의 중대 현안과제임을 생각할때 금년 첫달에 나타난 산업활동의 문제점들은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1월중의 산업부문별 동향에 있어서는 의복류·화장품·아이스크림 등 경공업제품을 중심으로 한 내수용 소비의 급증과 수출주력산업 부문인 전기·전자·자동차·철강·석유정제부문의 현저한 위축현상이 불길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총체적인 출하량의 증가율이 8%인데 반해 내수용 소비재의 출하증가율이 20%를 웃돈다는 사실은 우리사회의 왕성한 소비욕구가 아직 수그러들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특히 1월중 36%의 높은 증가율을 보인 국내 건설수주는 우리의 비상한 관심을 끈다. 작년 1년동안 임금과 물가상승,그리고 인력난을 선도했던 건설경기과열이 새해 벽두부터 재연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제조업의 경쟁력강화와 생산성 향상을 뒷받침할 설비투자가 현저한 감소조짐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예사롭게 볼 수 없는 대목이다.
민간기업들이 기계수주와 기계류수입승인액,그리고 기계류의 내수출하가 모두 작년 1월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 정부의 투자관련 통계수치가 아니더라도 민간기업들의 투자심리 위축과 투자기피는 업계의 현실에서 쉽게 목격되는 현상들이다.
이런 변화들은 우리 경제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구조개선의 방향과는 정반대의 방향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경제의 내실과 활력을 되찾는 일에 정부와 민간의 노력은 한층 강도높게 집중돼야 한다.
정부쪽을 말하자면 이미 지나간 2월과 3월의 산업활동이 1월의 구조적 악화추세를 벗어나고 있는가의 여부를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한 대응책을 강구하는데 비상한 힘을 기울여야 한다.
급하고 중요한 경제운용과제들을 뒷전에 두고 선거용의 미래청사진을 그리는데 급급하거나 선거정국에 휘말려 경제정책집행에 공백이 생기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