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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어료·어획량 일단 만족|러시아 수역 조업재개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1차 한·러시아 어업실무위원회가 지난달 막을 내림으로써 15년만에 본격적인 러시아 수역 진출을 앞두게 됐다.
수산청은 6일 한국어선이 t당 2백99달러의 입어료를 내고 직접 명태를 잡는 물량 5만5천t (유상입어)과 선상수매가격으로 t당 6백80달러를 지불한 뒤 러시아 어선들이 잡은 알밴 명태(포난태) 8만3천t을 현장에서 인수하는 공동어로 사업(조인트 벤처)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동원산업·대림수산·신라교역 등 9개 업체는 이달부터 포란태성어기인 4월말까지 15척의 트롤어선을 러시아 수역에 파견하여 어로활동을 벌이게 된다.
원양업계에서는 대체로 이번 회담결과에 만족을 표시하고 있다. 유상입어의 경우 t당 어가가 2백99달러로 일본이 러시아에 지불하는 입어료보다 20달러씩 싼데다 물량도 2배 이상 확보, 외교적으로 성공이라는 자체평가다.
또 연간 명태 소비량이 50만t을 웃도는 국내현실에 비추어 당분간 물량걱정은 덜게 했다고 다행스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극복해야할 장애도 적지 않다. 우선 원양업계가 해외어장에 지불하는 입어료가 매년 크게 늘고 있어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어려운 실정에서 1년 단위로 계약한 러시아와의 입어료도 인상될 것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원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입어료로 9천4백만 달러(약7백억원)를 지불, 90년의 3천2백만 달러보다 3배 가량 급증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입어료가 매년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것은 연안국의 자원보호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것 외에 국내업체끼리의 과당경쟁도 한 몫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어선이 조업활동을 벌일 어장은 캄차카 반도 훨씬 아래 일본 북해도 주변으로 중국어선이 70년대 진출했다가 철수한 적이 있어 경제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고려치 않을 수 없다.
러시아측은 어획량과 가격에서 한국에 상당한 양보를 하는 대신 어장성이 확실한 캄차카반도 주변에서의 조업은 『어장 변경이 불가능하다』며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한국측은 총43만t의 확보 물량 중 아직 처리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24만여t은 5월 러시아대표단이 방한할 때 논의할 방침이나 이번에 상당한 양보를 얻어낸 만큼 향후 어선 수리소 지정·합작공장 건립 등 러시아측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수산청 관계자는 『일본은 벌써 언론에서 「북방 4개 도서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어선의 북해도 조업을 인정할 수 없다」고 떠들며 외교문제화 할 태세』라고 우려했다.
대부분의 원양업계 관계자들도 『러시아 수역 진출 성공 여부는 외교·행정지원과 더불어 최소 2∼3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봉화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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