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버섯』원색도감 낸 서울산업대 박완희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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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버섯은 연구하면 할수록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이 더해 감을 알 수 있습니다.』
서울산업대의 박완희 교수(58·환경공학과)는 우리 나라에 드문 여성 버섯분류학자.
지난 18년간 우리나라전역의 버섯 생태를 조사해온 그는 남편의 외조와 자신의 작업을 토대로 『한국의 버섯』 원색도감을 펴냈다.
교학사에서 최근 출판한 이 도감은 3백90종의 야생버섯을 9백장의 컬러사진으로 담고있다.
버섯의 형태·발생시기·발생지와 분포·식용여부 등을 수록하고 있는 이 도감은 국내에서 네 번째로 발간된 것이기는 하지만 사진마다 촬영시기와 장소를 밝히고 있는 유일한 도감이다.
박 교수의 남편 이호득씨(61·숙명여고 교사)가 촬영한 이 사진들은 부부가 함께 버섯을 찾아 산과 들을 누비고 다닌 18년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은 또 버섯 자체의 특징만을 강조하는 기존 도감과는 달리 버섯이 자라고 있는 자리의 생태학적 환경을 함께 나타내고 있다. 이 도감에는 그동안 박 교수가 새로 찾아내 이름을 붙인 20여종의 신종이 함께 수록돼 있다.
그가 버섯에 매료되게 된 것은 숙명여대 약학과에서 「버섯의 약리작용」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면서부터.
표본을 채집하기 위해 산과 들을 헤매면서 학문적인 목적 이상으로 차츰 버섯 자체를 사랑하게 됐다.
『우리가 보는 버섯은 고등식물의 꽃에 해당합니다. 아침에 피어났다 저녁에 없어져 버리는 먹물버섯처럼 몇 시간만에 수명을 다하기도 하고 대개는 며칠밖에 살지 못하지만 형형색색의 아름다움과 생장의 신기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지요.』
그가 설명하는 특이한 버섯으로는 동충하초류가 있다.
개미·송충이·번데기·노린재·잠자리 등 곤충을 영양으로 해서 자라는 버섯으로 버섯포자의 침입을 받은 곤충들은 순식간에 마비돼 미이라로 변해버린다.
단순히 죽는 것과 다른 점은 미이라가 된 곤충들이 몇 년씩 썩지 않고 그 상태대로 있어 7개월에서 7년씩 걸리는 버섯의 생장기간동안 영양을 공급해 준다는 것.
대만 등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 많이 나오는 이 버섯은 강장제 등 특용식품으로 비싼 값에 팔리기도 한다.
사진촬영에 취미가 있는 남편뿐 아니라 딸 지나양(25·숙대 대학원 미생물학과), 아들 지헌군(23·성대 생물학과 4년)도 박 교수와 전공의 연관성이 깊은데다 틈만 나면 함께 버섯조사 여행을 다녀 이들은 버섯가족으로 불린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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