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담과 이브의 '원죄' 우리랑 무슨 상관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인류가 저지른 최초의 도둑질이 뭘까요. 그렇습니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은 일이죠. 선악과를 훔쳐 먹은 뒤 이들은 부끄러움을 알게 되고, 죄책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에덴 동산에서 쫓겨납니다. 온전한 땅에서 머물 수 없게 된 거죠. 온전한 마음을 가진 이들만 온전한 땅, 온전한 세상에서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걸 '원죄'라고 부르죠. 사람들은 불평합니다. "아담과 이브가 지은 죄가 왜 우리의 원죄가 되는 거지? 그건 그들의 죄일 뿐이잖아. 철저히 그들의 몫이라고!"

곰곰이 따져볼까요? 그건 아담과 이브만의 죄가 아닙니다. 우리의 하루를 보면 알죠.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수천 번씩 선과 악, 그 양끝을 오가며 '선악과'를 따먹습니다. '집착'과 '욕망'이라는 열매 말입니다. 게다가 먹은 흔적은 차곡차곡 마음의 창고에 쌓이고 있습니다. 흔적이 쌓일수록 마음의 창고가 넘쳐 우리는 '부자'가 됩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셨죠. '부자는 천국에 들어가기가 어려우니라(마태복음 19절23장).' 차라리 낙타(혹은 '밧줄'이란 주장도 있음)가 바늘 구멍으로 들어가는 게 더 쉽다고 하셨습니다.

마태복음의 '부자'는 이 '부자'와 다르지 않느냐고요? 아닙니다. 예수님 말씀은 예외가 없고, 한 치 오차도 없습니다. '심령이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마태복음 5장3절).' 가난하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요. 마음을 비웠다는 의미입니다. 물질이나 욕망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오로지 하나님 말씀대로 산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마음의 창고를 텅 비운 자라야 비로소 천국에 드는 것이죠.

교회 세습 때문에 시끄럽네요. 이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쪽도 논리가 있죠. "성경에는 교회 세습에 대한 언급이 없다. 따라서 기독교 교리에서 벗어난 게 아니다. 외국을 보라. 거기도 세습한 교회가 있고, 운영도 잘 되더라." 맞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아버지보다 아들이 교회를 더 잘 가꿀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안타까운 건 그런 주장을 하시는 목사님의 어깨입니다. '거함'같은 교회 건물에 대한 욕망과 그보다 무거운 자식을 향한 집착을 짊어진 채 어쩌시려고요. 천국의 입구에서 그 좁은 바늘구멍을 어찌 지나시려고요. '내가 이만큼 교회를 키웠는데, 내가 이만큼 사람들을 모았는데, 하나님도 봐 주시겠지.'

과연 그럴까요. '바늘구멍' 옆에 '개구멍'이 있다는 언급은 성경에 한 줄도 없습니다. 내 마음의 창고 채우기, 그게 바로 '도둑질'입니다. 십계명에 분명히 있죠. '도둑질하지 말라'.

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