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사관 신축 해법 없나] 미국 입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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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977년 10월 미국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서울 송현동 부지에 신청사 건립을 희망했으나 한국 측이 고도제한 지역을 이유로 반대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대체부지 추천을 의뢰하고 정부는 관계부처와의 협의하에 옛 경기여고 부지를 추천했다. 86년 미국과 서울시는 을지로에 있던 미 문화원, 송현동 미 대사관 직원숙소 부지 일부와 경기여고 부지를 맞바꾸는 '재산교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미국은 이 부지와 공사관저 부지, 현 대사관저 부지 일부를 합쳐 15층 규모의 대사관과 8층 규모의 직원숙소 및 부속건물 수립을 계획했다. 그러나 지표조사 결과 공사관저 부지 인근에 선원전이 있었다는 문헌조사 결과가 나와 미국은 이 지역에 숙소건립 계획을 철회하고 다만, 경기여고 부지에 청사만 신축하겠다는 희망을 표명하고 있다.

한편 덕수궁터에 외국 대사관 건립은 안 된다는 입장인 시민단체는 "서울시와 정부가 부지 제공자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미대사관 신축의 불가 입장을 미측에 통보하고 대체부지 선정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펴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정부 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미대사관 신축이 가능한 대체부지가 4대문 안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른 나라 대사관과의 형평성 문제, 국가 간 약속이행 등을 들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당사자인 미국은 한국 정부의 최종 결정에 따르고 국내법 절차를 존중하겠지만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으니 조속한 결정을 내려주고 건축이 불가능하다면 대체부지를 조속히 마련해 달라는 입장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문헌조사 결과 이 지역에 흥덕전.선원전 등 전각이 있었으며, 지표 조사 결과 덕수궁의 건축 부재로 쌓은 석축(돌담).문터들이 발견됐다며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이 사안은 이달 중순 예정된 문화재위원 회의의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