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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촌야도 옛말”/도농 평준화(14대총선 변수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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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광역」후 도시보수화 야색퇴조/UR여파로 농촌선 여에 냉담
역대 국회의원선거의 정형처럼 간주돼온 여촌야도현상이 3당통합과 지역감정,농산물 수입개방 등의 여파로 여도야촌으로 뒤바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87년 대통령선거와 88년 13대총선까지만 해도 여야는 조직대 바람이라는 전통적인 선거전략을 구사했고 그런 선거운동이 유권자에게 먹혀들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기초·광역의회 선거 결과는 대규모 옥외집회등을 통해 세를 휘어잡는 야당 특유의 바람선거운동의 효율성에 의문을 던지면서 야당의 표밭인 서울에서 조차 민자당 1백10석,신민·민주당 20여석이라는 이변을 낳았다.
이런 분위기는 14대 총선으로 이어져 선거를 눈앞에 둔 지금까지 서울등 대도시에서 야당열풍이 불지않아 민주당후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으며 오히려 농촌에서는 여당후보에 대한 비판과 반발이 의외로 거세 민자당측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민자당은 어떻게하든 농촌에서의 우세를 확보,여촌여도현상을 구현키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고 민주당은 농촌에서 일기 시작한 반민자당 정서를 표로 연결시켜 여당의 아성인 농촌을 파고들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촌야도현상의 퇴색은 3당통합으로 거대여당이 탄생하면서 부산등 야권우세지역이었던 대도시가 여권절대강세지역으로 편입된데다 지난 대선을 전후해 첨예하게 나타난 지역감정으로 전국이 도농의 구별없이 「영남권=민자」,「호남권=민주」로 양분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재야·급진세력이 퇴조하면서 유권자의 성향이 뚜렷한 보수성을 띠게된 것도 대도시에서 야당바람이 조성되지 않는 원인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 따른 농산물 수입개방과 추곡수매문제 등을 둘러싼 농민들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과거 맹목적으로 여당을 지지했던 태도가 점차 냉담해지고 있는 것도 여촌야도현상 변화의 주요 동인이다.
13대총선과 광역의회선거에서 나타난 유권자의 투표성향 추이를 보면 대도시에서 여당세의 신장과 야당세의 위축이 뚜렷이 드러난다.
13대총선 당시 여당인 민정당은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 등 대도시에서 평균 29.8%(유효투표수 대비)를 얻었으나 3당통합이후 실시한 광역의회선거에서는 40.6%로 10.8%포인트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야당은 13대총선에서 통일민주당 29.4%,평민당 20.8%,공화당 12.8%등 도합 50.3%를 획득했으나 광역선거에서는 신민당 23.0%,민주당 17.0% 등 모두 40%선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농촌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여당은 13대총선의 36.5%의 지지율을 광역의회선거에서 39.3%로 끌어올렸으나 야당은 13대총선의 50.3%에서 광역선거 32.4%로 열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도농을 막론하고 야당득표율이 낮아진 것은 「3당야합」 때문이며 농촌지역에서의 순수야당 지지율은 오히려 높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측의 이런 주장은 13대 총선당시 야당이던 통일민주당과 공화당의 득표를 제외시킨 것이어서 아전인수격인 해석일수도 있지만 광역선거이후 우루과이라운드협상에 따른 쌀수입개방문제등이 농촌에서 본격 제기된 점을 감안한다면 농촌의 투표성향에 일대변화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않다는 것이다.
90년 충북 진천­음성 보궐선거에서 야당 허탁 후보가 7대 3으로 우세하던 민자 민태구 후보를 오히려 53%대 44%로 누른 것도 그 한가지 조짐일 수 있다.
민주당은 이에 따라 6공정권을 「살농정권」,6공의 농촌정책을 「살농정책」이라고 비난하면서 농산물 수입개방과 추곡수매에 대한 농민의 불만에 불을 지피고 있다.
민주당은 이에 따라 ▲쌀시장 개방반대 ▲추곡수매량 확대 ▲농어민보호를 위한 농업보장세 신설 ▲식량안보차원에서 농업보호정책 추진 등을 공약으로 채택,농민들의 불만을 야당표로 연계시킨다는 전략이다.
민자당은 농촌의 분위기를 되돌리기 위해 오는 2000년까지 농어촌구조 조정사업에 42조원을 투입한다는 청사진을 내걸고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농어촌 전화사업 확대실시 ▲산지미곡종합처리장 확대설치등의 공약으로 맞불을 지르면서 농촌표 이탈방지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농촌지역 공천자들이 곳곳에서 농민들의 반발에 부딪쳐 선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하소연이 중앙당으로 쇄도하고 있어 예상밖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농촌의 이런 성향은 대도시의 아파트촌이 여성향으로 바뀐 것과 대조를 이룬다. 12대선거까지만 해도 아파트지역의 비판적 중산층은 야당에 몰표를 몰아주다시피해서 야당후보는 너도 나도 아파트가 많은 지역을 원했고 대신 여당후보는 아파트촌을 기피했다. 그러나 13대선거와 광역선거를 치르면서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어 여당후보는 보수화된 아파트촌을 선호하고 오히려 야당이 머리를 흔드는 쪽이 됐다.
여촌야도현상에서 도농평준화로 옮아가는 과정에서 농촌표가 과연 어떻게 나타날지에 따라 선거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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