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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빨강, 밤엔 파랑…앗 '야광' 물고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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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유아용 놀이기구 중에는 모빌이라는 것이 있다. 야광페인트를 칠해 놓아 불을 꺼도 천장에서 푸르스름한 빛을 내면서 밤 하늘 별들의 맛을 느끼게 한다.

깜깜한 밤 거실의 어항 속에서 그런 빛을 내는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깊은 바다 속에서 물고기와 같이 노니는 기분이 날지 모른다.

미국에서는 물고기의 유전자를 조작해 빛을 내게 만든 열대 관상어가 관상어 애호가와 환경론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관상어 애호가는 새로운 묘미를 가져다 줄 신기한 물고기로 환영하며 환경론자들은 생태계가 교란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형광 열대어 관상어를 만든 곳은 국립싱가포르대학. 애초에 환경 오염 감시 생물로 사용하기 위해 개발한 것을 미국 요크타운테크놀로지스가 특허권을 사들인 것이다.

열대 피라미 종류인 제브라에 붉은색과 푸르스름한 빛을 내는 두가지 유전자를 넣어 새로운 유전자조작 물고기를 만들었다. 일반 빛을 받으면 몸 전체가 붉은색을, 밤에는 자외선을 받으면 푸르스름한 빛을 낸다. 야광 물고기인 셈이다.

상품명은 '글로피쉬'. 내년 1월 초 시판 예정이다. 가격은 마리당 5달러(약 6천원)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일반 제브라 가격의 4~5배에 해당한다. 요크타운테크놀로지스는 이미 생물특허를 받아 놓는 등 유사 상품의 난립을 막기 위한 방비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유전자 조작 동물 중에서도 어류가 관상용으로 팔리게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브라는 원래 은색과 검정색 줄무늬를 가진 4~5㎝ 크기의 열대어. 아주 맑은 물에서 살며 우리나라에도 관상용으로 많이 들어와 있다.

글로피쉬는 본래의 색이 달라져 형광을 띠는 것 외에는 자연산 제브라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형광을 나타내는 유전자는 해파리와 해초 등에서 추출한 것이다. 이 유전자를 제브라의 알에 주입해 유전자 자체를 바꿔버린 것이다.

형광 유전자는 생물학자들 사이에서는 아주 유용한 단백질의 한 종류. 세포가 원하는 대로 유전자가 조작되는지를 알아 보기 위해 표시 유전자로 집어 넣는데 많이 쓴다. 복제동물을 개발할 때 처음 주입해보는 유전자이기도 하다.

환경론자들은 글로피쉬가 하천으로 흘러들어갈 경우 생태계가 교란될 것이라며 시판을 연기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일종의 생물 오염으로 보는 것이다. 외래 어종이 토종을 몰아내는 것과 같은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식품의약국(FDA)과 같은 정부기관은 식용이 아닌 이상 규제할 방법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글로피쉬는 관상어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킬 전망이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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