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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나이에 맞게 '평생 관리'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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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생애는 어머니의 배 속부터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크고 작은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가벼운 정도라면 삶의 자극이 되지만 너무 심하면 만병의 원인이 된다. 심장병.탈모.피로.당뇨병.암.통증.우울증.자살 등 온갖 궂은 일에 '약방의 감초'와 같다. 대한스트레스학회는 최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생애 주기 스트레스'라는 주제로 춘계 학술대회를 열었다. 각 연령에 따라 어떤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그 대처법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 태아도 '스트레스'

스트레스는 태아도 받는다. 보스니아 내전이라는 스트레스 환경에서 태어난 아기는 성장하면서 고혈압.비만율이 다른 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고려대 의대 금동호 교수는 쥐실험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임신한 어미 쥐에게 강한 스트레스를 가했더니 새끼 쥐의 뇌기능과 주의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 후 아동기까지는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다양한 스트레스성 정신 장애가 흔한 시기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아동기는 스트레스뿐 아니라 학대(신체 학대.성학대 등)나 방임(정서적 욕구에 무반응, 무단 결석 허용, 교육 무관심 등)으로 심리적 외상을 받기 쉽다"고 설명했다. 상담보다는 미술.음악 등 놀이치료가 더 효과적이다.

■ 청소년 '가족 스트레스'심각

청소년기엔 학업.입시로 인한 스트레스를 주로 받는다. 현행 입시제도와 학벌 위주의 사회 풍조가 계속되는 한 정신과 전문의라도 풀어줄 수 없다. 문제는 이 스트레스가 학업 중단의 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청소년은 또 가족 스트레스도 꽤 받는다. 대개 가정 해체와 가족 간 대화 부족이 원인이다.

사는기쁨정신과 김현수 원장은 "청소년 자녀와 하루에 5분도 대화하지 않는 가정이 절반 이상"이라며 "자녀와 매일 최소 10분간 대화(특히 부자 간)를 나누고, 가족 이벤트.사촌 간 교류를 늘리며, 부모가 자녀의 문화.욕구를 잘 이해하는 것이 가족 스트레스의 특효약"이라고 소개했다.

청년기인 20.30대에겐 일과 사랑이 주된 스트레스가 된다. 청소년기엔 '나는 누구인가'(개인의 정체성)를 놓고 고민했다면 청년기엔 '사회에서 나는 어떤 위치에 있나'(사회적 정체성)에 관심이 집중된다. 건국대병원 정신과 하지현 교수는 "이 세상에 일.사랑이란 스트레스를 피해갈 수 있는 20.30대는 없다"며 "이런 스트레스에 질질 끌려가지 말고 당당히 맞서는 게 최선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조언했다.

■ 중년 "다음 세대를 믿어라"

중년기는 사회.경제적으로 정점에 달하는 시기다. 여기서 내려올 일만 남았다는 것은 대단한 스트레스다. 또 직장.가정에서 중추 역할을 하는 나이대여서 스트레스도 절정이다. 여성은 폐경을 맞는다. 공허감.상실감.우울감 등을 동반하는 폐경은 대형 스트레스 사건이다. 하 교수는 "젊을 때보다 더 잘해야겠다고 무리하지 말고, 그동안 이룩한 것을 다음 세대에게 잘 물려주는 데서 행복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고독.빈곤.역할 상실은 노년기에 직면할 수 있는 사고(四苦)다. 이들은 하나같이 심한 스트레스를 안긴다. 강원대 간호학과 김주현 교수는 "운동.율동적 동작.무용요법.댄스 스포츠 등이 노인의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 스트레스 담는 그릇을 크게

스트레스는 흔히 '욕조 안의 물'로 비유된다. 스트레스의 양(물)보다 이를 수용하는 사람의 자세(욕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욕조의 크기가 아주 크다면 좀처럼 물이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을 것이다. 실제 성격은 스트레스성 질환의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경제적 어려움을 엄청난 좌절로 받아들이는 사람과 발전을 위한 진통으로 여기는 사람은 스트레스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천양지차다. 십이지장궤양을 예로 들어보자. 이 병은 화를 잘 내는 사람에게 흔하다. 불만을 가슴속에 묻어두는 사람도 잘 걸린다. 분노하거나 속으로 삭일 때 위산이 흘러나와 위나 소장벽을 헐게 해 궤양이 생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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