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근본개선이 시급하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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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김형영 실장이 의뢰인과 사설감정소로부터 상습적으로 금품을 받아온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국과수의 공신력은 결정적인 상처를 입게 됐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에서 어떻게 허위감정을 했는가의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문제가 된 사건수사에는 그것이 중요하겠으나 국과수의 공신력이 훼손되는데 이해당사자들로부터 금품을 받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족하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이번 사건자체보다는 어떻게 국과수의 공신력을 회복시킬 것이냐 하는 것이다. 민사사건에서 뿐 아니라 형사사건에 있어서도 결정적인 증거자료로 활용되는 감정이 현재와 같은 여건속에서 이루어지는한 말썽은 되풀이될 것이며 그 공신력은 회복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과수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하여 근본적인 개선대책을 세워야 한다.
국과수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감정전문가의 부족이다. 민간상대 유일한 국가감정기관의 문서분석실장이 인장업자였다는 것은 국과수의 전문능력수준의 어느 정도인가를 웅변해주고도 남음이 있다.
범죄가 날로 지능화하고 갖가지 첨단기자재가 속속 나오고 있는 현실에 대응하자면 마땅히 국과수는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감정인의 자격기준을 규정한 법령을 제정하여 전문적인 능력있는 사람들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현실에서 감정만을 전공한 사람은 구하기 힘들겠지만 관련된 학문을 전공한 사람들은 많다. 우선은 이들을 활용하면서 분야별 전공자를 양성해야 한다.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처우를 혁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국과수의 경우를 보면 전문영역 종사자들이 대부분 별정직 5∼7급이어서 이번 사건의 김실장 경우도 봉급액이 1백만원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보수수준으로는 고도의 전문인력이 설사 있다하더라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다.
비단 국과수뿐 아니라 정부 곳곳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직책이 많음에도 그 처우의 한계 때문에 알맞은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뿐만 아니라 인력을 확보했다 해도 민간부분에 비해 보수가 너무도 차이가 남으로 해서 올바른 공무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권능은 막강한데 처우수준은 낮고 보면 금전적 유혹도 심하고 그에 넘어가기도 쉬울 것이다.
공정한 국가업무의 수행을 오직 개개인의 도덕성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별정직의 경우는 일반공무원의 보수와는 상관없는 보수체계를 마련함으로써 많은 유능한 전문인력이 공직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넓혀주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과수와 같이 공정성이 절대적인 존립요건인 기관의 경우에는 행정체계상으로 독립성을 갖도록 해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국과수는 민사사건뿐 아니라 형사사건도 함께 다루기 때문에 현재처럼 내무부 산하에 두는 것도 바람직스럽지 않다. 별도의 법령에 의한 독립적인 기관으로 발족시키는 것도 개선대책에 포함되어야 한다.
정부는 국과수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한 근본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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