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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처럼…옷·와인·차 등 '이건희 효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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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5일 오전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명품관 4층의 남성 정장 ‘브리오니’ 매장. 크기도 아담한 데다 전시품들도 무난한 톤의 정장이라 그다지 화려한 느낌은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 판매되는 옷은 한 벌에 450만∼1100만원에 이른다.

상류층이 주로 입는 만큼 영업도 단골 고객 위주이고 별다른 홍보도 하지 않는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브랜드다. 그런데 최근 이 브랜드가 기업 최고경영자(CEO) 사이에서 화제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일부 대기업 총수들이 이 옷을 입는다는 입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이 옷의 매출은 올 1∼2월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가량, 지난달에는 40%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지중해의 유명 휴양지인 브리오니 군도에서 이름을 딴 이 브랜드는 전 세계 명사들이 즐겨 입는다. 도널드 트럼프, 부시 대통령 등이 주요 고객이다. 영화 ‘007’ 시리즈의 주인공이 입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에는 2001년 갤러리아에 첫 매장을 연 뒤 하얏트 호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 잇따라 진출했다. 앞으로 1∼2개 매장을 더 열 계획이다.

이 업체 마케팅 담당자는 “화제가 된 것은 사실” 이라면서도 “사회 지도층 고객이 정보 노출에 민감한 편이라 우리로선 오히려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려진 분 중 우리 고객도 있고 아닌 분도 있지만 확인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업체 측에 따르면 국내 단골 고객은 100∼150명 선이며 주로 기업 CEO다. “아무래도 고가라 정치인은 부담스러워한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 이 같은‘이건희 효과’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재계의 대표주자인 그는 우선 말 한마디가 화제가 된다. 최근의 ‘샌드위치론’이 그랬다. 말뿐만 아니라 이 회장이 입는 옷, 자동차, 음식 등 각종 기호품도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이 회장이 상징하는‘초일류ㆍ글로벌’ 이미지로 그의 기호 자체도 새로움과 고품격을 좇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종의 ‘트렌드 세터’ 역할을 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굳이 자신의 취향을 숨기지 않는 이 회장의 성격도 이런 현상에 일조했다.

와인이 대표적이다. 연초 이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모임에서 주문했다는 보르도 와인 ‘샤토 라투르(Chateau Latour)’ 82년산은 시중에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 와인은 생산지 등급이 최상위인 데다 82년산은 ‘그레이트 빈티지(포도 수확이 좋은 연도)’라 고가다. 국내에 들어온 물량도 많지 않다. 하지만 전경련 회의 이후 빈티지에서 다소 떨어지는 샤토 라투르는 물론 비슷한 등급의 고가 와인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워낙 관심이 크다 보니 실체와는 다르게 부풀려지는 내용도 허다하다. 이 회장이 이용한다는 삼성 본사 인근의 한 안경점 사장은 “시중에 한때 수천만원대라는 소문이 난 이 회장의 안경은 수입품이긴 하나 가격은 수십만원대”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총수가 쓰는 제품이면 임직원들이 일부러 피했다”며 “하지만 이 회장은 자신이 써보고 좋다 싶으면 주변에 적극 권하는 편” 이라고 전했다.

조민근 기자. 김희영 인턴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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