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민주당 공천 속앓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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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6일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실 입구에서 경기 화성 재.보선 공천 결과에 반발해 농성 중인 사무처 직원들 앞을 지나고 있다.오종택 기자

6일 아침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주요당직자 회의는 바깥에서 들려오는 '밀실 공천 규탄'구호 때문에 시종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경기 화성의 4.25 재.보선 공천 결과에 불만을 품고 파업에 들어간 사무처 노조원들이 외치는 소리였다. 당 지지율은 40%를 훌쩍 넘지만 재.보선 공천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속사정은 편치 않다.

전날 한나라당은 화성 지역 공천자로 고희선 농우바이오 회장을 결정했다. 하지만 사무처노조는 "당 사무처 출신인 박보환 전문위원이 여론조사 1위인데도 지도부가 4위인 고 회장을 공천한 것은 고 회장이 600억원대의 재력가이기 때문"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화성의 공천 잡음은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과 박근혜 전 대표 측의 세 대결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있다.

당초 이 전 시장 측은 강성구 전 의원을, 박 전 대표 측은 박 위원을 밀었다. 그러나 강재섭 대표는 양쪽을 다 버리고 경기도당 위원장인 남경필 의원에게 새 인물을 추천할 것을 요청해 고 회장을 추천받았다.

이 전 시장 측은 강성구 카드를 고집하는 게 어렵게 되자 박 전 대표 측이 미는 인물이 되는 것을 막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 고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 측이 강 대표뿐 아니라 이 전 시장 측을 비난하는 이유다.

◆ 결국 DJ 눈치 본 민주당=박상천 대표 체제의 새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회의를 열어 김대중( DJ)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의 전남 신안-무안 재.보선 전략 공천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DJ를 의식한 결정임을 스스로 공개했다. 유종필 대변인은 "최선은 아니지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후보를 별도로 낼 경우 DJ를 짓밟는 결과가 되는데, DJ와 대립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전날 지역구 여론을 보고 최종 결정하겠다던 박 대표는 이날 말을 아꼈다. 민주당은 "앞으로 당 차원의 지원이 본격화되면 (무소속 상대 후보를) 곧 추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지 여론은 그리 간단치 않다. 무등일보가 지난달 31일 무안-신안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홍업씨는 20.2%의 지지율로 무소속 후보인 이재현 전 무안군수에게 뒤졌다. 시민단체들의 거듭된 문제 제기도 부담이다. 광주.전남 지역 6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김홍업 출마반대 대책위' 소속 20여 명은 이날 DJ의 특별강연이 진행되는 전북대 앞에서 "자식들에게 권력을 세습하면 안 된다"는 피켓을 든 채 침묵 시위를 벌였다.

김정욱.김정하 기자 <jwkim@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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