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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발치는 선수명단 제출 서봉수·유창혁 중 "저울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속히 한국측 참가자 명단을 보내달라』는 응창기배 주최측의 독촉이 빗발치고 있다. 작년10월 대표자화의 때 금년 2월1일까지 보내주기로 합의를 보았으며 주최측에서 정식공문을 발송했음에도 한국기원측은 명단을 보내지 않았음은 물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주최측이 안타까운 나머지 회의대표였던 필자의 집으로까지 전화를 걸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측의 시드멤버는 조훈현 9단과 조치훈 9단이며, 이밖에 새로이 두 사람이 더 참가해야 하는데 서봉수 9단·유창혁 5단·이창호 5단의 3명중에서 2명을 선발하기가 그 어떤 묘수풀이보다 어려워 속수무책으로 차일피일하고 있는 것이 한국기원측의 속사정이다. 「동양증권배」우승으로 세계를 제패하는 등 명실상부한 제1인자 이창호 5단을 지명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지만 나머지 한 명이 정말 어렵다는 것.
관록으로 보나 단위로 보나 서9단의 비중이 크며 또한 서9단은 제1기 대회 참가자 16명(모두 제2기 시드)외의 유일한 후보선수여서 이를테면 「준시드」인 셈이니 결코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입장. 특히 서9단이 금년에 불혹의 나이인 40세가 되므로 4년후의 제3기때도 기량이 여전할지 미지수이므로 이번에는 서9단을 내보내야한다는 인정론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유5단은 엊그제까지만 해도 국내 최대기전인 기성타이틀 보유자였던 사람. 이웃나라 일본에선 최대타이틀 보유자를 기사서열1위로 쳐준다. 「괴물」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후지사와 9단이 과거일본기성전에서 6기 연속 우승할 때 『나는 1년에 4판만 이기면 되는 사람이다』고 큰소리쳤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여타의 자질구레한 대국에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기성전 결승7번 승부에서 4승만 올리면 여전히 일본바둑계의 황제로 군림할 수 있으니까 자신이야말로 군계일학격의 「큰 바둑」이라는 생각에서 기고만장하였던 것.
물론 우리는 일본과 꼭 같지는 않지만 일맥상통하는 의미도 없지 않고 보면 어찌 유5단을 무시할 수 있겠는가. 거기에다 유5단은 한·중·일이 5명씩 참가하여「줄 씨름」방식으로 겨루는 SBS주최「세계프로바둑최강전」에서 우리 팀 선봉장으로 일본의 「떠오르는 태양」이라는 고마쓰·요다와 중국의 조대원을 단칼에 베는 혁혁한 전공을 세웠던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어려울 수밖에.
한국기원측은 고육지책으로 기성 유창혁 5단과 도전자 조훈현 9단간의 결승7번 승부 결과를 지켜보고 나서 「서냐, 유냐」를 확정한다는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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