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원대 김은혜 교수 피아노 모음곡 작곡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돼지는 피아노 건반의 붙어있는 두 음을 동시에 눌러 나오는 불협화음으로 '꿀꿀'소리를 표현했습니다. 기품있는 푸가 형식으로 호랑이의 위용을, 높은 음역의 음악으로 가볍고 조급한 토끼의 성격을 묘사했지요."

쥐부터 돼지까지 열두 동물로 만든 피아노 모음곡 '십이지(十二支)'를 설명하는 작곡가 김은혜(51.수원대 교수.사진)씨의 말이 재밌다. "음악을 들으면 어떤 동물인지 바로 떠오르도록 한다"는 게 김씨의 작곡 포인트다. 상상의 동물 용을 표현하기 위해 전에 없던 '신비 화음'이라는 것을 만들었을 정도다.

이런 점에서 김씨의 곡은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를 떠올리게 한다. 생상스가 사자.코끼리.당나귀 등의 모습과 걸음걸이를 특유의 리듬.선율로 그렸듯 김씨의 곡도 청중의 눈 앞에 동물의 모습을 펼쳐낸다. 김씨는 "곡을 쓰는 과정에서 생상스를 참조하지는 않았지만 각각 동.서양의 동물 모음곡으로도 볼 수 있겠다"고 소개했다.

또한 이 곡은 J.S.바흐의 평균율과도 닮았다. 한 옥타브 안의 도~시 음 사이를 반음 단위로 나눠 나온 열두 음에 각 동물을 대입해 곡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바흐가 이 12개의 음을 으뜸음으로 장.단조 24곡을 만든 것이 평균율이다. 3년에 걸쳐 만들었다는 자신의 곡에 대해 김 교수는 "각 조성에서 받은 이미지와 동물의 느낌을 얼추 비슷하게 맞췄다"며 "여기에 각 띠에 해당하는 주위 사람을 떠올리며 곡을 썼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양을 그린 곡은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온순하고 조용해도 내면적으로는 고집스러운 면이 있는 성격을 암시하는 이중 구조로 구성했다.

5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이번 연주는 피아니스트 피경선 씨가 맡았다. 모음곡은 양-토끼, 용-원숭이 같이 서로 궁합이 맞아 상생하는 동물끼리 묶어 편성했다. 서울대 음대 작곡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김 교수는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음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시아작곡가연맹 한국지부 이사 등을 맡고 있다.

김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