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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얼굴이 그얼굴”참신성 외면/여야공천 결과 분석과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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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자/점지식 밀실흥정에 체질개선 의지 실종/당선가능성 잣대 객관성 모호
1일 뚜껑이 열린 민자당의 14대 총선 공천자명단을 보면 내용면에서 신선감·질량감이 기대치를 밑돌고 절차와 과정도 비민주적이며 무원칙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당초 40∼50명에 달할 것이라던 현역의원 물갈이폭이 24명으로 크게 줄어듦으로써 참신한 새인물의 등장을 고대하던 국민들에게 아쉬움을 안겨주었다.
이번 현역탈락률 15%는 역대평균치 30%에 비교해 볼때 현상고수나 다름없을 정도여서 인물교체에 의한 집권여당의 정치체질개선 의지를 의심케하고 있다.
특히 물갈이를 방해한 주요인이 소위 당선가능성이란 다소 모호한 기준과 계파간 지분다툼이었다는 점에서 정치염증만 더욱 깊게 할 것이라는 우려를 벌써부터 낳고 있다.
현역의 대폭적인 교체는 13대국회의 저질·비능률을 돌이켜보면 불가피한 것이었다. 민자당 스스로도 실사 등을 거쳐 자질·능력·도덕성 측면에서 문제 인사가 적지않음을 시인했었다. 공천작업 초반만 해도 의욕을 과시했으나 막판 세 최고위원이 앞장서 계보 보호·몫챙기기에 열을 올리면서 당선가능성이란 모호한 기준을 내세워 탈락내정자가 되살아나는 등 당초에 표방했던 「참신·도덕성」기준을 무색케 만들었다.
당선가능성을 가름하는 잣대 또한 객관성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많을 뿐더러 자료작성이 대부분 정부기관주도로 이뤄져 결과에 대한 승복을 얻어내는데 실패했다는 평이다.
더욱 심사자료중 상당부분은 안기부·경찰등 국가기관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안기부가 깊숙히 개입,기관의 정치개입이란 비판을 받았다.
또 대통령친인척등과 일부 고위당직자들의 개입도 의혹을 사고있는 부분이다.
이로 인해 하향·점지와 막후 거래와 흥정으로 이뤄지는 밀실공천의 폐단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지역구민이나 지구당·도당등 하부조직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청와대 또는 계보수장·공천심사위원등 소수가 결정권을 쥠으로써 상부지향·아첨풍토를 조성하고 풀뿌리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그때문에 당선무효소송 패소자,인권유린사건 당시 책임자,사전선거운동물의자,여성관계등 도덕적으로 하자가 있는 인사등 지역의사에 반하는 인사들이 버젓이 등장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제도자체의 문제점,객관적기준과 원칙의 결여,국민 기대치 미달 등이 한꺼번에 노출됨으로써 탈락자들의 반발이 어느때보다 거셀 것으로 예상되며 후유증 또한 만만찮을 전망이다.
상임위원장인 오한구·정창화·김영선 의원의 탈락이 최대 이변으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낙천된 당무위원 정석모·박종률·김종기·최운지 의원,강인섭씨 및 강경식 전재무장관·이상희 전과기처장관등 중진인사들의 향후 거취가 관심을 끌고있다.
공천결과에 대해 민정·민주·공화계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기존의 5대3대2의 지분을 거의 차지했으며 김영삼 대표계는 세확장을 기도했으나 거의 이루지못했다. 대신 노대통령의 친인척등과 그주변등 친위그룹이 대거진출하는 결과가 됐다.
각계파가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지분에의 집착 등은 앞으로 대권을 둘러싼 세확장경쟁·주도권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허남진기자>
◎민주/영남서 인물난 한계 극복못해/야통 개혁의지 의문시… 조직이완 부작용
민주당의 공천은 인물본위나 개혁적 공천보다는 신민·민주계간 지분위주 공천으로 심각한 공천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공천에 민주당은 야당사상 유례없이 현역의원 9명탈락,보류8명의 「혁명적」공천을 실시했지만 지난해 신민·민주당의 합당 당시 내걸었던 도덕성이나 참신성,개혁의지를 찾기에는 역부족인 느낌이다.
당선가능성이란 미명아래 계파몫 찾기에 급급,통합야당의 개혁의지는 실종된 것이나 다름없다.
당초 민주당은 개혁이미지와 야당바람을 위해 서울 3∼4명등 전국적으로 18∼20명의 현역탈락을 고려했으나 조직강화특위가 40여일에 걸친 장기간의 심사과정에서 계파간 지분에 얽매여 이같은 의지가 실종,결국 흠집있는 현역의원들을 보류하고 현역탈락폭은 9명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번 공천에서 「돈공천」의 오명에서 벗어나기위해 지역구를 신청한 전국구의원 8명중 김인곤 의원(영광·함평)등 2명만 기용한 것은 그나마 통합야당에대한 기대를 감안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최저 당선목표를 개헌저지선인 1백명으로 잡고있는 민주당으로서는 공천혁명을 통해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려 노력했으나 고질적인 인물난에 직면,상대적 취약지구인 부산·대구를 비롯,영남지역은 겉보기에도 당후보마다 함량미달인 후보를 공천함으로써 한계를 스스로 노출하고 말았다.
이같은 인물난은 정치1번지인 서울 종로등에 후보를 내지 못한 것에서도 역력히 나타나고 있다.
특히 신민·민주당의 합당지분에 얽매여 당선가능성이 높은 현역위원장 등이 상당수 탈락,심각한 조직분규와 함께 개헌저지선 확보에 먹구름이 끼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일부 민주계 조강특위위원들이 지나치게 원칙만을 중시,현역의원들에 대한 「나무위흔들기」를 자행해 흠집을 냄으로써 결과적으로 이적행위를 한것은 당내 불만요인으로 남게 됐다.
이와 함께 40여일에 걸친 밀실공천의 여파로 각 지구당의 조직이 심각한 이완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총선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천과정에서 신민,민주계는 합당당시 합의조건인 6대 4 지분고수에 근접했으나 민주계가 비호남권 인물발굴에 실패함으로써 당내 세력판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앞으로 조직책신청을 보류한 30여곳의 지역구에 얼마나 새로운 인물을 수혈하는지 여부와 이완된 지구당 조직을 회복하는 것이 총선의 승패를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정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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