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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원자력연 원자분광학연구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한국원자력연구소(대덕연구단지 내)제1연구동 1층에 위치한 원자분광학연구실. 지난 87년 국내외기초물리·화학분야의 석학들을 유치하기 위해 세워진 이후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를 누리고 있는 연구실이다.
『처음에는 원자력연구소에서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발생하는 어려운 문제들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해주는 해결사였습니다.』
창설멤버로서 지금은 원자분광학연구실장으로 올라선 이종민 박사(49·서울대졸)는 전문서적으로 가득한 책상에서 고개를 내밀며 이렇게 지난 일을 회상했다.
창설시 3명으로 시작한 원자분광학연구실의 현재 가족은 이 실장을 비롯해 유병덕(40·미루이지애나주립대졸)·차형기(37·미캔자스주립대졸)씨 등 박사급연구원 12명과 한재민씨(33·서울대졸) 등 석사급 연구원 6명을 합해 모두 18명이다.
설립취지에 걸맞게 대부분의 연구원들이 젊은 박사급이란 점이 특징.
현재 원자분광학연구실은 「해결사 역할」과 함께 ▲원자력신소재용·의료용·산업용안정동위원소 분리·추출기술 ▲원전주변환경오염 측정·분석기술 ▲방사성폐기물에서 유용한 희귀원소를 뽑아내는 기술등 원자력분야에서 당장 필요한 기반기술과제들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원자분광학연구실의 역점분야이자 궁극적인 목표는 첨단레이저분광기술을 이용, 주기율표상에 있는 모든 원소의 분광학적 특성을 규명해 데이타베이스를 구축하는 일이다.
이 실장은 『지금 각개인의 신원이 전산화돼 일목요연하게 찾아볼 수 있듯이 원소들의 정보도 분석·체계화시키면 각분야 특성에 맞게 원소들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00년대의 원자분광학연구실을 기대하라고 자랑했다.
현재 미국·일본 등 선진국이 기술개발에 필수적인 많은 원자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아 애를 먹고 있는 실정.
그래서 이 실장을 비롯해 연구원 모두 원소의 분광학적 특성을 분석하는 한편 유전공학연구소에서 유전자조작을 통해 신물질을 개발하듯 원자의 성분비를 조작해 새로운 동위원소인 신원소개발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원자분광학연구실은 우수한 인적자원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서 가장 핵심이자 인기분야인 핵융합기술과 타고난 핵연료 재처리기술을 국내외적인 여건 때문에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차 박사는 『실장님의 꿈이 상온 핵융합이었죠. 그러나 재정적 지원이 터무니없이 적어 거의 포기한 상태』라며 안타까워했다.
핵폐기물 재처리기술은 선진국의 강한 압력으로 실험조차 못하고 있다고 말하는 한 연구원은 『선진국들은 재처리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는 연구를 하면서 우리들이 상업적으로 재활용하기 위해 연구하는 것조차 왜 막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녹색·붉은색 레이저광이 난무하고 컴퓨터화면마다 분석자료들이 요란하게 나타나고 있는 연구실은 연구원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대덕=이원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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