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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인「우이동」10번째 동인지『잔속에…』펴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시동인 「우이동」이 열번째 동인지 『잔 속에 빛나는 별』을 펴냈다(작가정신간).
86년 우이동에 20년 이상 거주하는 시인들이 결성, 현재 임보·이생진·채희문·홍해리씨등 4명이 동인으로 활동하는 「우이동」은 봄·가을로 한해 두 권씩 동인지를 펴내고 있다.
『우이동 골짜기/바람 속에는/송화가루 꾀꼬리 울음/늘 우러나오고/인수봉 치마날려/백운대 구름/만경대 비봉 자락/그리운 마을의 꿈/우이동 시인들』(홍해리의 「우이동 시인들」중)
북한산 기슭 우이동에는 시인들이 많이 산다. 산이 좋게 보이고 꾀꼬리 울음에 송화가루 날리기에 문인들이 많이 찾아와 살고 한번 들어온 문인들은 이사갈줄 몰랐던데가 우이동이었다. 이러한 우이동의 자연을 예찬, 보호하고 서울 속의 문화의 동으로 가꾸기 위해 우이동 동인들은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우이동을 소재로 한 시를 합작으로 엮어 오고 있다.
『내 그대들의 어머니, 북한산 나무들의 어머니/욕심에 눈 멀고 귀 먹은 무지몽매한 자식들/이 몸의 뿌리 불도저로 끊어놓고/우리의 젖줄 철근 콘크리트로 뭉개놓고/황금알 쏟아진다고 한심한 짓거리들인데//…/사람아 사람아 배부른 거지들아/네곳간 가득 영혼의 말씀을/백운대 인수봉 저 푸른 하늘을/방학벌 맑은 바람 너른 가슴을/나 하나 죽어가서 꽃피울 수 있다면/나 하나 죽어가서 여름할 수 있다면』
방학동 연산군묘소 앞에 천년을 버텨온 은행나무를 소재로 한 동인들의 합작시 『방학동 은행나무』중 일부다. 주변에 고층아파트군이 들어서면서 은행나무가 죽어가자 작년에는 이 은행나무살리기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불도저·콘크리트 등 개발에 밀려 끝내 나무가 죽어가면서 우리에게 자연보호를 웅변하고 있다. 동인들은 「우이동은 우이동이고 싶다」라는 후기를 통해 『우이동 골짜기에 고층건물을 지어 북한산의 정기를 막아 버린다면 서울시민 모두가 기를 잃고 말 것이요. 그들은 북한산의 저주를 어찌 면할 것인가』라며 『우리의 생명인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해 후손들에게 죄의식과 부끄럼 없는 떳떳한 조상이 되자』고 호소했다. <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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