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박물관 단체관람 겉핥기 안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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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얼마 전 친구 부부와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국립 경주박물관에 갔다. 학창시절 수학여행 이후 처음 이곳을 찾은 우리는 국립박물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내.외부 시설이 바뀐 데 대해 놀랐다. 그런데 예전과 똑같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학생들이 유물을 관람하는 방법이었다. 이날도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단체관람 중이었는데 모두들 일렬로 걸어가면서 스치듯 유물을 흘려 보고 있었다. 중간중간 좀 유심히 전시물을 보려는 학생이 생기면 뒤따르는 학생들이 재촉하곤 했다. 학생들이 자신만의 감상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물론 선생님들이 많은 학생을 통솔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아이들이라면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자유롭게 관람하도록 시간을 준다면 힘들게 먼 곳까지 와서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고 돌아가는 의미 없는 체험학습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의 관람 문화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학창 시절 훌륭한 문화유산을 보고도 어른이 되면 까맣게 잊고 마는 세대를 더 이상 만들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임해정.대구시 북구 읍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