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때우기" 적당주의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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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1세기를 앞두고 과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나 대학에서의 교양과학교육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내용도 부실한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한국 과학기술 진흥재단이 최근 수행한 「대학교양 과학교육의 현황과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중심으로 교양과학교육의 문제점과 개선대책등을 알아본다.
대학에서의 교양과학교육은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이해를 높이는데 매우 중요함은 말할 나위도 없으나 대학당국의 무관심으로 방치돼 왔었고 그 결과 교수와 학생모두가 이를 기피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과 환경」「과학사개론」등 10여 과목을 개설하고 있는 서울대를 비롯, 대부분의 대학에서 「자연과학개론」「과학의 발달」「과학사」「과학의 역사와 미래」「과학과 철학」등 많은 과목을 설치하고 있으며 주로 인문사회계 학생을 대상으로 3∼4학점(1∼2과목)을 이수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생애 마지막의 기회일수도 있는 과학교육이 강의 내용부실, 교수요원 부족, 운영 체계미비, 교수와 학생의 무관심 등으로 교육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학점 때우기식 적당주의 교육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교양과학 과목당 학생수는 평균 1백17명이나 되는데 다 자질 있는 교수요원의 부족으로 대부분 강사나 비전문 교수에게 맡기고 있으며 강의수준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과학론을 맡을수 있는 인력 부족으로 무자격자들이 강의하고 있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연구책임자인 송상용교수(한림대)는 『교양과학에는 과학자체에 대한 이해와 과학론이 아울러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강의내용이 이공계 기초과목수준에 맞춰 어렵게 가르치거나 또는 고교수준 이하의 얄팍한 내용으로 되기 일쑤여서 학생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과학의 인간적·문학적·사회적 맥락이 무시돼 과학의 참된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송교수는 『교양과학 교육은 과학과 인간, 과학과 사회와의 관련을 중점적으로 다루도록 내용을 보강해야 하며 또 과학발전의 주체로서의 인간의 태도, 과학기술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분석하고 과학에 대해 학생들이 인간적인 관심을 갖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교수는 또 교양과학교육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문화가 시급하며 대학은 이를 책임질 전임교수를 채용하고 교양과학교육을 관장할 교양과 정부 또는 교양학과와 같은 전담부서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양과학 전임교수는 과학론 전공자여야하며 이들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대학에 과학학(과학사·과학철학·과학사회학·과학정책학 등)을 학부 또는 대학원 과정에서 전공할 수 있는 학과를 설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서울대 대학원의 「과학사·과학철학협동과정」을 정규학과로 승격시키는 것이 바람직하고 한국과학기술원 학사과정과 수도권 사립대·지방국립대등에도 과학학과를 설치해야 한다고 이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송교수는 『이 같은 개선방안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학과위주의 기존대학 조직으로부터는 자발적인 추진을 기대하기 힘들므로 교육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주도, 시행토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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