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사례통해 인플레망국사 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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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인플레 시대를 살면서 인플레 역사를 알아두는 것은 현실 이해를 위해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인플레로 돈버는 사람들』은 인플레의 세계사, 보다 정확하게 말해「인플레 망국사」를 가장 극적인 역사적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맥스샤피로가 쓴『빈털터리 억만장자』를 번역한 이 책은 인플레가 「경제정책의 실패」나「정부의 실수」가 아니라 인플레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꾸민 음모와 조작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증명해 보이기 위한 사례로 로마제국, 혁명기 프랑스, 남북전쟁 당시의 미국,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등의 인플레가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예로 든 세계적 대사건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돼 역사의 반복성을 되새겨 준다.
망국적 인플레는 국가의 안위를 위협하는 전쟁이 발발하면서 시작된다. 인플레의 발생이 명약관화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엄청난 전쟁 수행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화폐를 발행한다.
전쟁의 치명적 위기에 비해 인플레의 위협은 덜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물가가 상승한다. 임금인상이 요구되고 다시 물가가 상승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전쟁 수행비용도 덩달아 오르니 화폐발행이 늘어나지 않을 수 없다.
인플레는 경제를 혼란으로 빠뜨리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발전한다. 우선 부의 불균등이 심화된다. 처음 징세제도가 와해되면서 세부담은 정액소득의 근로계층에 집중된다. 또 과잉공급된 통화는 신용도가 높은 특권 부유층의 손으로 집중된다. 이들은 인플레 이상의 가격상승이 확실한 자산을 사모아 치부한다. 이들은 나아가 정부에 압력을 가해 인플레정책의 지속을 꾀한다. 정책의 입안자들은 인플레가「불가항력」이라고 핑계대며 「비상사태」의 위기를 강조한다. 최종국면의 인플레는 광란의 소용돌이를 이룬다. 화폐의 가치가 상실되면서 경제마비 현상이 초래된다.
저자는 「전시가 아니라도 인플레속성은 마찬가지」라는 가정에서 『80년대의 미국이 이미 심각한 국면의 인플레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한다. 문제는 어느누구도 인플레정책의 중단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큰 수혜자인 자산가들은 앉아서 돈을 벌수 있는 인플레를 찬양한다. 기업들 역시 지속적인 판매고 증대를 위해 인플레를 선호한다. 관리들도 영향력 증대를 위해 팽창재정을 싫어할리 없다. 근로자들 역시 임금인상 요구를 안할수 없다. 늦기전에 임금과 가격에 대한 통제계획이 엄격하게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이 책은 「부의 집중」을 초래하는 인플레의 독성에 우리들이 얼마나 중독되었나를 자가진단할 수 있는 좋은 시약과 같은 책이다. 한울간·3백28쪽·5천5백원.<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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