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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Blog] 아시아 영화상서 맛본 기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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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0일 홍콩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 영화상 시상식(Asian Film Awards)에서 비는 단연 아시아 최고의 스타였습니다. 남우주연상 후보이자 작곡상 시상자로 이 자리에 섰죠. 현장에서 지켜본 기자의 느낌으로는 이날 참석한 스타 중 가장 크고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사회를 맡은 대만 배우 우대위(吳大雄)는 수시로 자신의 이름과 '레인(비)'을 번갈아 부르며 익살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박수의 강도가 얼마나 차이 나는지 비교해 보기 위해서였죠. 결과는 비의 압도적 승리였습니다.

외국 영화제나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들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반가운 일입니다. 그렇더라도 이번 아시아 영화상 시상식에선 감회가 특별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별로 기대도 하지 않았죠. 홍콩영화제가 주최했고, 장소도 홍콩이니 당연히 홍콩이나 중국 배우들이 주인공이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자칫 한국 배우들이 들러리나 서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막상 막이 오르니 걱정은 기쁨으로 바뀌었습니다. 비를 비롯해 남우주연상의 송강호, 각본상 시상자인 김혜수, 감독상 시상자인 이병헌 등 여러 한국 배우들이 주목을 받았죠. 특히 '괴물'이 작품상.남우주연상.촬영상.시각효과상의 4관왕에 오른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거든요. 한국이라면 '괴물'이 다관왕에 오르는 것이 별로 신기할 것도 없겠죠. 하지만 해외에서, 그것도 아시아 통합 영화상을 표방하는 시상식에서 '괴물'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 것은 무척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수상 부문이 모두 10개였으니 '괴물'이 절반 가까이 휩쓴 셈입니다.

반면 잔치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중국계(중국.홍콩.대만)는 감독상('스틸 라이프'의 지아장커)과 미술상('야연'의 티미 입)을 차지하는 데 그쳤습니다. 여우주연상마저 궁리(鞏)나 장쯔이(章子怡)가 아닌 일본 배우 나카타니 미키('혐오스러운 마쓰코의 일생')에게 돌아갔죠.

여기서 홍콩영화제의 전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아시아 영화계를 하나로 묶는 시상식을 과감히 시도했으니 중국 내에서보다 한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 다른 나라의 관심을 끌겠다는 거죠. 한국의 '괴물'에 상을 몰아주고 일본.이란.태국.인도네시아에도 하나씩 트로피를 안겨준 것은 이렇게도 풀이할 수 있습니다. 첫회라서 운영상 미숙한 점이 간혹 눈에 띄긴 했지만 '큰 방향'에서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출발은 순조로운 셈인데 앞으로 항로가 얼마나 순탄할는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홍콩=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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