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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동성연애자들 직장내 불평등시정 "한 목소리"|성·인종차별에 이어 기업들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등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미국기업체에 근무하는 적지않은 동성연애자들이 그동안의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직장내에서 불평등 대우의 시정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6월 레비스트로스사 샌프란시스코 본부 건물에「동성연애자협회 자축 주간」이라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것은 동성연애자들이 자신들의 정체가 밝혀질까 두려워 전전긍긍하던 당시의 기업풍토에서 커다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어 10월에는 피트 윌리엄스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기업체에서 동성연애자들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에 사인을 거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미전역의 동성연애자들을 격분케 했고 이어 동성연애자 권익옹호운동가들이 기업내에서의 동등한 권리쟁취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게 되는 계기가 됐다.
미국내 기업체에 얼마나 많은 동성연애자들이 퍼져있는지는 이들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속성상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
그러나 지난 48년에 발표된 알프레드 킨제이 보고서는 대략 10%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에는 이 수치가 좀 더 올라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보고서들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미국전신전학회사(AT&T)·BOA·제록스등 유수한 기업체의 중역에서부터 말단 직원들에 이르기까지 기업체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BOA의 재정담당부사장 마리아 쉬마즈씨(30)는 레즈비언으로 몇년전까지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자신의 파트너인 여자사진을 책상위에 올려놓고 근무하기 시작했다.
쉬마즈씨는 『당시로서는 상당한 모험이었다』며 『다행히 아무도 그녀가 누구인지를 묻는 사람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월스트리트 저널지의 87년 조사에 따르면 66%의 최고경영자들은 동성연애자들을 고위직에 앉히지 않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나 기업이 동성연애자들에게 얼마나 폐쇄적인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같은 불평등 사례가 동성연애자들의 조직화를 부추기고 있다.
80년대 중반 개인용 컴퓨터 제작회사로 잘 알려진 애플사와 디지틀 이퀴프먼트사에서 처음으로 공개적인 동성연애자그룹이 회사내에 만들어졌다.
이어 AT&T·보잉·듀폰·퓰릿패커드등 유수한 회사들에도 동성연애자그룹이 잇따랐다.
동성연애자그룹을 보는 기업의 눈은 각양각색이다. 록히드의 경우 사내시설의 별도 이용을 금한채 이들의 존재만을 묵인하는 정도다.
그러나 디지틀 이퀴프먼트나 제록스의 경우는 사내 시설이용은 물론 컴퓨터통신망을 통해 교환하는 사내정보시스팀에 동성연애자들의 난을 따로 만들어 줄 정도로 적극적이다.
이같이 적극적인 기업은 과거 고용인의 인종차별 문제가 크게 대두되었을 때 고용인그룹이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태해결에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이들 그룹이 사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동성연애자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기업들은 그동안 시달려온 인종차별문제·성차별문제를 해결하자마자 시대의 산물인 동성연애자문제에 새롭게 부닥치고 있는 것이다. 【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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