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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의 시대 자연 타령만 ? 도시에 맞는 풍수 찾아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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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풍수라는 말에서 으레 자연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공이 가미된 땅 위에서 살게 된 지금, '배산임수'같은 말의 의미는 찾기 어렵지요. 도시에 맞는 풍수개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도시 풍수' 개념을 정리한 책 '도시풍수'(판미동)를 펴낸 풍수의 대가 최창조(57.사진) 전 서울대교수를 서울 구로동(신도림)자택으로 찾아가 만났다. 그의 아파트 옆에선 거대한 상가건물이 한창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었다. 집값이 오를 호재임이 분명했다.

"이사 갈 생각이 없으니 옆에 마트를 짓든 말든 상관없습니다. 아파트값 올리려고 출입 통제를 철저히 하는 통에 오히려 귀찮아지기만 했어요."

전 국민을 뒤흔들고 있는 '집테크'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관악산 바로 아래라 경치가 좋아 1993년 2억9000만 원을 주고 샀던 집을 8년 뒤 1억 8000만 원에 팔고 나온 그다. 그는 당시 상황을 "자칭 풍수학인은 그날 엄청난 양의 술을 마시고 그 뒤 8일간을 밤낮으로 마셨다"고 책에서 털어놓았다. 하지만 '사람을 대하듯 땅을 대하라'는 '자생풍수'론으로 풍수를 대중화시킨 그가 아니던가. 집값을 손해 보긴 했지만 신념은 바뀌지 않았다.

"단칸방에서도 명당을 찾을 수 있습니다. 거울이나 커튼, 화분이라도 놓고 우선 정을 붙이라는 거죠. 사람이 잘못한 걸 갖고 괜한 땅 핑계, 무덤 핑계 대지 말고요."

청계천 복원은 전통적인 풍수관이 들어맞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옛 풍수관에 따르면 '안 될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개건(改建)하고 보니 철새도 날아들고, 미세먼지도 줄어들어 좋아졌더군요."

줄기차게 반대해온 행정수도 이전도 도시 풍수로 설명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과거의 풍수 이론으론 행정수도 터가 괜찮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은 서울에서 벌어질 텐데 두 집 살림을 하라는 건 어마어마한 손실 아닙니까. 도시가 될 땅이 아니었으니 여태 시골로 남아있었던 겁니다."

옮겨야할 것은 오히려 '왜소한 독불장군형'을 만들어내는 청와대라고 그는 누차 주장해왔다. "경기도 성남의 일해재단 터로 옮기면 돈도 별로 안 들고 청와대의 문제점도 해결할 텐데, 엉뚱하게 천도론을 들고 나오더군요."

2004년 '천도 불가론'을 들고 정부에 맞섰지만 이후 전화번호를 바꿀 정도로 갖은 욕설에 시달려야했다. "공무원 전용 통근 열차.버스를 마련한다지요. 수도권 기능을 분산한다는 취지가 벌써 흔들리지 않습니까.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향후 10~20년간 새만금 이상의 골칫거리가 될 겁니다."

굳이 풍수학자가 아니라도 펼칠 수 있는 주장처럼 들린다는 질문에 그는 "풍수를 신비화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대개 과학적.이성적으로 설명된다는 것이다. 묘자리를 논하는 '음택풍수'에서 '무덤을 파보니 관이 없더라'는 '귀신 곡할 노릇'도 실은 과학으로 풀이할 수 있단다. 우리 나라 땅은 표토가 깊지 않고 '매스 웨이스팅(mass wasting.토양이 이동하는 현상)'이 심해 관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내가 사는 곳이 명당이라는 확신만 갖고 살면 됩니다. 대개는 심리적인 문제지요."

그의 집안엔 화분이 그득했다. 삭막한 집 밖보다 훨씬 아늑했다. 장이 설 때마다 아내가 취미로 사모은 5000원, 1만 원짜리 화분들이 집안 곳곳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의 집을 그렇게 '명당'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글=이경희 기자<dungl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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