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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르네상스 열린다

중앙일보

입력

우리의 문화 정체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공간문화 자산으로서의 한옥이 중요한 연구개발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옥이 우리 고유의 문화 콘텐츠이면서 현대인의 삶을 더욱 풍부하고 품위있게 만들어주는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주택보급률이 120% 정도가 넘으면 단독주택 선호도가 급상승하고 이 과정에서 한옥이 바람직한 선택의 대상으로 부상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송인호 서울시립대 교수는 "강남 아파트에 비해 덜하지만 이미 서울 북촌의 한옥은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고 앞으로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의식이 세계화되고 경제적 형편이 좋아질수록 한옥은 현재 값어치보다 훨씬 귀하게 인식된다"고 말했다.

◇한옥의 아름다움=한옥은 온돌 마루 부엌과 마당 등의 공간조직으로 구성되고, 전통적 목구조방식으로 지어진 건축물을 말한다. 북방문화에서 온돌과 남방문화에서 마루라는 구성요소가 만나 하나의 몸체를 이뤄 아름다움을 가져다준다.

구조로 보면 나무를 다듬어 기둥을 세우고 보를 걸고 그 위에 소로와 첨차 도리와 서까래를 짜맞춰 세운 집이다. 기둥 등 수직부재에 비해 보와 같은 수평부재가 많아 윤곽이 힘있고 섬세하며, 형상이 유연해 보인다.

◇지자체, 한옥지원에 앞장서=현재 한옥 부활을 위해 서울시와 전주시 경주시 전남도 등이 지원에 팔을 걷어 붙였다.


2000년 이후 서울시 등이 한옥밀집지역내 비지정문화재의 신축공사와 수선공사비의 일부를 지원한다. 한옥의 보존과 활용을 권장하기 위해 '조례'를 통해 한옥을 정의하고 지원방식을 규정하고 있다.

다른 많은 지자체들도 한옥 호텔 및 팬션, 자치단체장 관사 등을 한옥으로 짓고 있다.국내 최초의 한옥 동청사인 서울 종로구 혜화동 청사가 지난해 개청되기도 했다.

또 각종 사극 촬영을 위한 대규모 세트장이 건립되면서 지역 문화활성화와 관광사업에 목말라하는 지자체들이 이에 부응한 한옥들을 새로 짓고 있다.

◇각종 규제로 민간시장 형성안돼=한옥에 대한 공공 역할이 이처럼 지자체에 국한돼 있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그 결과 제도보다는 개별 사업에 치중해 한옥의 성장을 촉진하는 데 어려움이 되고 있다. 서울시 북촌사업이 관련법제가 미비한 상태에서 일종의 행정지침을 통해 진행돼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민간 사업자들은 한옥시장 자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데다, 관련 법과 제도가 한옥 건설에 매우 불리하게 짜여져 시장에 진출하지 않고 있다.

노후 주택인 한옥밀집지역은 도시재개발을 추진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춘셈이어서 서울시 재개발사업대로라면 2만채로 추산되는 서울 한옥은 머지않은 장래에 지워질 운명이라고 송교수는 우려한다.

문화재 한옥에 사는 주민이 난방방식을 고치거나 입식부엌,신식화장실을 개조하면 문화재보호법의 원형유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규정도 한옥 부활의 걸림돌이다.

한옥을 새로짓는 일이나 고치는일도 매우 어렵다. 한옥의 신축공사에 대한 허가와 규제가 건축법상 양옥에 준해 이뤄지고 있으며, 서까래를 몇개 교체하는 공사도 건축법상 대수선에 해당돼 이에 따른 여러 법규의 제약을 받고 있다. 수선공사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각종 규제에 따라 한옥 애호가 등 일부 개인들이 작은 한옥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한옥에 대한 수요는 늘어도 공급이 따라가주지 못하는 셈이다.

◇정부의 정책적 배려 시급=전문가들은 한옥의 대중적 보급을 위해선 공공기관의 선도적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한옥 관련 건축법제의 조항을 개정해 한옥멸실을 막고 신축과 수선이 합리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황두진 건축가(건축역사학회 이사)는 "한옥의 발전보급은 시장기능만으로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가 한옥건축을 공공청사로 발주하고 다층한옥의 시범 사업 및 한옥의 공법과 자재 및 생산체계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고 신도시에서 한옥동네를 지정해야 한옥이 시장기능 속에서 안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한옥밀집지역의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할 때 한옥 신축의 경우 개발허용규모와의 차이만큼 개발권을 보상해주는 제도를 마련하고 역사문화경관지역에는 기존 양옥을 헐고 한옥을 신축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자체의 한옥지원조례에 한옥 신축 및 수선공사에 따른 공사비 지원이 명시돼있지만 상위법에 근거가 없어 권한과 역할에 한계가 있다"면서 "건축기본법이나 경관법 등을 근거로 법적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자문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도 한옥의 미래 가치를 인식하고 대중적 보급의 확산을 위해 까다로운 한옥 관련 건축 법령을 개정하고 한옥진흥법(가칭)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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