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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출마 단체장 40여명 6일 사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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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국 2백50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소한 50여곳이 앞으로 6개월여 동안 부단체장의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어서 지방행정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4일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에 따르면 내년 4.15 총선에 출마할 기초.광역단체장 40여명이 오는 6일까지 사임 통지서를 해당 지방의회에 제출하고 17일 사직할 예정이다. 여기에 단체장이 구속 중이어서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지자체도 부산.임실 등 7곳이나 되기 때문이다.

선거법과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단체장이 총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1백20일 전(12월 17일)에 사퇴해야 하고, 사퇴 10일 전(7일)까지 사퇴서를 의회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단체장 보궐 선거는 내년 6월 10일 이후에나 가능하다.

대전시 유성구 주민들은 이병령 구청장이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할 경우 주요 구청 정책인 '봉명 택지개발지구 러브호텔 불허' 방침이 흔들릴 것을 우려한다. '허용'을 주장해 온 대전시가 부구청장이 권한을 대행하는 시기를 활용해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충북 충주시의원들은 "이시종 시장의 출마로 지역 최대 현안인 쓰레기 매립장 부지 선정 문제가 최소한 6개월간 보류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안상영 시장의 구속으로 50일째 권한대행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부산시는 당장 올 연말 국방대학원 교육 및 파견 대상 공무원 선정 등 인사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교통공단이 부산시의회의 행정사무 감사를 거부하는 사태도 빚어지고 있다.

오는 6일 사임 통지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 부천시, 서울 강동구 등 40여 지방자치단체도 지역 주요 현안 추진 마비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지자체의 무더기 행정 공백 사태가 예견되는 것에 대해 일선 지자체에서는 국회의원들의 집단이기주의와 헌법재판소의 모호한 태도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9월 헌법재판소는 '단체장 사퇴 시기(선거일 1백80일 이전)를 일반 공무원(60일 이전)과 차별할 이유가 없다'며 선거법 제53조 제3항에 대해 위헌 결정했다. 이 결정에 따르면 단체장들은 내년 2월 15일까지 사퇴하면 된다.

그러나 국회는 10월 17일 '단체장들이 현직을 선거운동에 악용할 우려가 있다'며 단체장 사퇴 조항을 '1백20일 전'으로 개정했고, 단체장들은 이에 대해 헌법소원을 해놓고 있다. 하지만 헌재는 사퇴서 제출 시한(7일)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선고 기일조차 잡지 않고 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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