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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영화계 신예감독 카락스 "돌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퐁네프의 연인들』(Les Amant du Pontneuf).「프랑스 영화의 무서운 아이」 레오 카락스(31)의 신작이다.
이 젊은 천재의 열기로 요즘 파리 영화 가가 열기에 들떠 있다.
지난 10월16일 파리시내 26개 극장에서 일제히 내 걸린 『퐁네프의 …」은 개봉 4주만에 7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놀라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영화에 대해 르몽드지는 「신이 내린 걸작」, 피가로 지는 「세계 영화의 새로운 교과서」라고 격찬했다.
또 개봉 2주전 가진 시사회에서 스티븐 스필버그·닉 스벤스크 같은 유명 영화인들은 「녹다운」「상상의 저편」「이론의 시대는 가고 영화의 시대가 왔다」등의 표현으로 놀라움을 표시했다.
퐁네프는 파리 센 강의 가장 오래된 다리로 이 다리에서 만나는 연인들은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영화『퐁네프의…』은 이 자리에서 우연히 만나 격렬하게 사랑하는, 눈이 멀어져 가는 화가처녀와 떠돌이 곡예사의 이야기다.
레오 카락스는 이 애잔한 러브스토리를 초현실주의적인 영상, 강렬한 음향, CF적인 빠른 장면으로 놀라운 영상을 펼쳐 보이고 있다.
레오 카락스는 프랑스 누벨바그의 기수 장 뤼크 고다르를 뛰어넘은 최초의 프랑스 감독으로 꼽힌다.
23세 때 만든 첫 장편 『소년 소녀를 만나다』는 권위 있는 영화 평론지 『카이미드 시네마』로부터 「영화천재소년」이란 이름을 얻었고 두 번째 영화 『더러운 피』는 「팝문화에 대한 충격적인 보고서」라는 평과 함께 80년대 프랑스영화사의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됐다.
『퐁네프의…』은 그의 세 번째 작품으로 레오 카락스는 87년 이 영화를 기획, 88년 크랭크인하며 제작자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제작비를 쏟아 부어 2명의 제작자를 도산시키기도 했다.
결국 제작기간 4년 동안 세 번의 제작중단 소동을 일으킨 끝에 90년 『카미유 클로델』 제작자 크리스팅 휑너의 투자로 영화가 완성됐다.
총 제작비는 1억8천만 프랑(2백30억 원)으로 프랑스 영화사상 최고의 제작비가 들었다.
이 투자 중에는 파리 교외의 거대한 들판에 인공호수를 만들고 그 위에 실물크기의 퐁네프다리와 다리 주변의 파리시가지를 재현하는 세트 비도 포함돼 있다.
주연을 맡은 쥘리에트 비노슈(『프라하의 봄』의 의사 아내역)는 제작기간 중 일체의 영화출연 제의를 거절했는데, 그 중에는 로버트 드니로 와의 공연작도 있고 올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의 주인공역도 있었다.
레오 카락스는 파리 3 대학영화과 졸업 후 다른 사람과 일체의 일상적 대화를 거부하는 기인인데, 그의 영화는 이러한 자폐속에서의 상상이 아름다운 광기의 영상으로 표현되고 있다고 말해진다. <이혜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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