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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중견기업] 개인방송'멍석'깔았더니 월 450만명 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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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나우콤'이라면 30대 이상은 추억의 PC통신 '나우누리'를 떠올린다. 하지만 요즘 10대와 20대 젊은이들에겐 인터넷 개인방송 '아프리카'나 인터넷 저장공간 '피디박스'를 운영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나우콤이 지난해 3월 정식서비스를 시작한 실시간 인터넷 개인방송 서비스 '아프리카(www.afreeca.com)'는 서비스 1년여 만에 방송채널 1000만 개를 돌파했다. 이 회사 문용식 대표는 "아프리카는 최대 동시접속자 수 10만 명, 월 방문자 수 450만 명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요즘엔 하루에 개인방송이 5만 개씩 만들어질 정도"라고 말했다. 아프리카가 인터넷 방송의 대중화 시대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문 대표는 나우콤의 창립 멤버다. 서울대 국사학과 79학번인 그는 대학 시절 학내시위로 구속된 뒤 대학에서 제적됐고, 85년 민주화추진협의회가 발행했던 '깃발' 사건으로 또 구속됐다. 그렇게 20대의 절반인 5년1개월을 교도소 독방에서 보냈다. 1988년 출소해 복학한 뒤 서울대 외교학과 대학원을 수료했지만 시위 전력 때문에 취업할 엄두도 못 냈다. 92년 대학원 졸업 후, 문 대표는 정보기술(IT) 분야로 뛰어들었다. 소자본으로도 승부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BNK(나우콤의 전신) 창립 당시 사번 1번으로 입사한 뒤 출판사와 서점 등 유통망을 부가가치통신망(VAN)으로 연결하는 사업을 했다.

94년 이 회사는 국내 최초의 민간 통신회사인 나우콤을 설립하고, 사업종목을 PC통신으로 바꿔 나우누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나우콤은 쟁쟁한 거대기업과 싸우면서 3대 PC통신사로 성장했고 사업 3년 만에 흑자를 냈다. 하지만 인터넷이 급격히 확산 되면서 PC통신시장은 급속히 위축됐다.

결국 2000년부터 3년 연속으로 적자를 내면서 기업의 존립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그는 이 시기를 "새로운 사업 준비도, 투자할 돈도 없었던 암울한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회사가 가장 힘들었던 2001년 그는 대표에 취임했다. 그는 사업구조를 재설계해 각 사업 영역별로 회사를 쪼갰다. 나우콤은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서비스만 맡았다. 기업 대상 과금.결제 업무는 '페이레터', 시스템과 네트워크 운영.관리는 '나우에스엔티'로 각각 나눠 회사를 독립시켰다. 지금 이 3개사는 모두 업계에서 안정된 사업을 하고 있다.

문 대표는 앞으로 인터넷 세상은 동영상 시대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2002년 동영상을 저장하고 전송하는 웹스토리지 서비스(피디박스.클럽박스)를 시작했다. 동영상 관련 원천 기술력을 바탕으로 동영상의 저장과 전송을 무료로 할 수 있는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면서 후발주자임에도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지난해 매출 221억원 가운데 70%가 피디박스와 클럽박스에서 나왔다.

나우콤은 과거 4년간 200억원 정도의 매출과 3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냈다. 문 대표는 "매출이 정체된 것처럼 보이지만 핵심 주력사업은 매년 30% 이상 성장세를 유지했다"며 "최근 수익이 다소 준 것은 아프리카 등 미래 신규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이르면 내년쯤 코스닥 상장을 할 계획이다. 재무제표상의 상장요건은 이미 충족됐지만 때를 더 기다리고 있다. 우선 실적 성장세를 확실히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다. 그 동력 중에 하나로 꼽는 게 아프리카다. 현재 아프리카에 올라오는 콘텐트의 절반은 네티즌들이 올리는 게임이다.

게임 전문 케이블TV에서도 프로게이머와 고수들의 게임을 중계하고 있지만 채널 수는 몇 개 안 된다. 아프리카에서는 초보자부터 고수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자기 게임을 방송할 수 있고, 채널 수도 많다.

아프리카 안에서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게임 리그를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게이머들이 많이 몰리다 보니 게임업계의 마케팅.홍보 채널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 문 대표는 "영어 등 어학이나 취미.교양 강좌를 방송하는 경우도 많아 인터넷 교육사업과도 연결할 수 있다"고 했다.

나우콤 직원은 160명. 이중 10명 이상이 10년 이상 근속자다. 전직(轉職)이 잦은 IT업계에서는 흔치 않은 현상이다. 문 사장은 회사를 '좋은 사람들이 즐겁게 일하는 일터'로 만드는 게 꿈이다.

나우콤은 94년부터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으로 출산휴가 3개월을 적용하고 98년부터 주 5일제를 한 발 앞서 시행했다. 문 대표는 "직원들 간의 신뢰가 경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나우콤은

-설립:1992년 11월26일

-대표이사:문용식

-임직원 수:160명

-사업영역:웹스토리지, 인터넷방송, 온라인게임, 홈페이지 등

-자본금:28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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