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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는 스페인판 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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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올리브는 스페인 사람에게 김치와 같은 것입니다."

최근 서울 한남동 주한 스페인 대사관에서 만난 델핀 콜로메(61.사진) 대사는 내내 올리브 얘기만 했다. 이번 인터뷰는 콜로메 대사 측이 "몸에 좋은 올리브를 한국인이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며 직접 요청해와 이루어진 것.

세계 최대 올리브 생산국인 스페인은 지난해 80만t의 올리브유를 생산했다. 이는 세계 생산량의 45%. 우리나라에도 수입된 올리브유 중 스페인산이 80%가 넘을 정도로 '스페인산 올리브유'는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할아버지는 올리브유를 먹는 것은 몸에 기름칠을 하는 것과 같다고 늘 말씀하셨어요. 스페인 사람은 올리브유를 먹지 않으면 힘을 낼 수 없다는 뜻이지요."

그는 아침마다 마가린 또는 버터 대신 올리브유를 빵에 발라먹고 점심과 저녁때는 엑스트라 버진(신선한 올리브 열매를 압축해 처음 얻은) 올리브유와 식초를 뿌린 샐러드를 챙겨 먹는다고 했다. 그는 "올리브에는 항산화 물질이 있어 노화를 예방하고 혈액 순환을 도와준다"며 "올리브유를 많이 쓰는 지중해식 식사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혜와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는 스페인 문화 곳곳에 녹아있다.

올리브유는 먹을거리뿐 아니라 미용용품과 민간 의약품으로도 널리 애용됐다고 한다. 콜로메 대사는 "어렸을 때 배가 아프면 어머니가 올리브 오일에 설탕을 타서 한 숟가락 떠먹여 주셨는데, 그걸 먹으면 금세 낳았다"며 웃었다.

또 1960년대 독일 유학 시절 친구들과 돈을 모아 작은 올리브유 한 병을 사서 아껴가며 나눠 먹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한국 유학생들도 김치에 대해 이런 추억 하나씩 갖고 있지 않나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스페인산 올리브가 다른 지역 것보다 영양과 맛이 뛰어나다"며 "지중해 연안의 기후와 토양, 몇 세기에 걸친 경험을 바탕으로 올리브 재배에 관한 지식이 뒷받침돼 왔기 때문"이라며 자랑을 멈추지 않았다.

한국에 부임한 지 1년 8개월째인 콜로메 대사는 "한국인들은 나물.김치 위주로 건강한 식생활을 하면서 때때로 삼겹살이나 튀김류 등 기름진 음식도 무척 즐긴다"며 "건강에 관심이 많은 한국인들에게 '올리브유는 건강에 대한 투자'라는 것을 꼭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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