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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만 보장된다면 “역시 고향”/일부지역 「귀농」 늘고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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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타향설움… 저임금… 직업병/온상재배 농사 수입 짭짤/창령 2백여명·함안 백여명 귀향
【창령·함안=허상천·김관종기자】 도시로 떠났던 농민들이 땅을 찾아 다시 고향으로 발길을 되돌리고 있다.
유행병같았던 이농현상이 귀농현상으로 바뀌어 가는 노동력의 역류가 아직 전국적으로 눈에 뛸 만큼 현저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그 현상이 뚜렷이 드러나 사회변화를 예고하는 중대조짐으로 보여 주목된다.
오이·풋고추 등의 온상재배로 연간 11만t의 농산물을 생산,1백50여억원의 고소득을 올리는 경남 창령군 남지읍이 대표적인 귀농지역.
빈 집·빈 땅들이 즐비한 여느 농촌과는 달리 4개부락의 농경지가 비닐하우스로 뒤덮여 농한기가 없어지고 사철농사로 바뀐 학계리의 경우 70년대 이후 마을 전체 2백52가구 주민 1천2백여명중 3백80여명이 도시산업화 물결에 휩쓸려 고향을 등졌다가 이중 절반이 넘는 2백여명이 고향을 찾아 고소득 영농으로 흙속에서 새삶의 뿌리를 내리고 있다.
80년대 들어 남지단위농협이 농산물 집하장·공판장을 설치,현지 공판사업을 추진하면서 밭떼기 거래가 사라지고 농산물의 전량 계통출하로 농민들의 소득이 보장돼 생활이 차츰 생기를 되찾아가면서 귀농민들이 하나 둘 늘기 시작,올들어서도 40여명이 고향을 되찾았다.
이농 7년만인 지난 3월 부인 이상중씨(32) 등 가족들과 함께 귀농한 박홍순씨(34·학계리 홍정부락)는 『부산 사상공단에서 밸브제조공으로 뼈빠지게 일해도 월60만원밖에 받지 못해 어려운 생활을 해온데다 직업병(디스크)까지 앓게 됐다』며 『지난 설날 고향에 다니러왔다가 몰라보게 달라진 농촌의 생활여건을 보고 귀농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현재 장인 이원용씨(61)와 함께 3백평 규모의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오이를 온상재배하는 박씨는 『올해 소득이 순수익만도 이미 1천만원을 넘어섰다』며 뿌듯해 했다.
남지읍은 낙동강편 평야지로 산간지역에 비해 일조시간이 3∼4시간이나 길고 농경지가 태양열의 흡수력이 강한 사질토인데다 농업용수가 풍부해 사철영농의 최적지로 손꼽히는 곳.
창령군측도 『이같은 천혜의 자연영농조건 때문에 다른 농촌지역에 비해 소득이 높아 앞으로도 귀농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 같다』고 전망하고 있다.
귀농바람은 인근 함안군 칠서면에도 불어 서울·부산·마산·창원 등지로 떠났던 주민들이 올들어서만도 1백여명이나 줄지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칠서면 계내·대치리 일대 1백10만평에 지난해 6월부터 대단위 공단이 조성되고 인근 용성리 주변이 공단배후도시로 성장하는등 농촌지역의 생활여건이 도시 못지않게 바뀌면서 도시생활에 지친 이농민들이 취업·시설영농을 위해 고향을 찾아들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같은 귀농붐으로 인해 이들 지역에서는 무주택가구까지 생겨나 주택난이라는 기현상이 중대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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