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재건축 한창인 천안 구성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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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충남 천안에서 대규모 아파트 재건축이 이뤄지고 있는 구성동 옛 주공3단지. 1만2천평 부지의 저층 아파트 4백60가구를 허물고 1천여가구를 짓기 위해 지난 9월 시작된 철거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 1일 오전 한쪽에선 다섯대의 포크레인이 트럭에 콘크리트 잔해를 싣고 있고, 다른 쪽에선 대형 파쇄기 2대가 가동 중이었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먼지를 줄이기 위해 물을 뿌리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7~8m 높이로 쌓아놓은 흙더미에도 먼지 방지용 덮개는 씌워 있지 않았다. 특히 지난달 들어 현장에서 콘크리트 덩어리를 부수는 작업이 시작되면서 먼지.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건설 현장의 파쇄 작업이 허용돼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고통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 쏟아지는 주민 불만=천안시 홈페이지엔 최근 철거 현장과 관련, 고통을 하소연하는 글들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윤정수(ID)씨는 "돌 깨는 소리로 조용한 날이 없고 먼지 때문에 빨래를 널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종관(ID)씨는 "왜 현장에서 돌가루를 만들게 해 주민들이 마시게 하느냐"며 주택가 건설 현장의 파쇄 허용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장 인근 아파트 주민 조모(46)씨는 "어떻게 먼지 대책도 없이 작업하는지 모르겠다"며 "주민 원성이 불거지기 전에 빨리 공사를 마치려는 '속전속결' 속셈인 것 같다"고 말했다.

◇ 방지 규정에 허점=철거 현장에서 나오는 건축물 폐기물 중 콘크리트 덩어리는 파쇄 작업을 해 가루로 만들어 매립해야 한다. 콘크리트 덩어리가 그대로 묻혀 토양을 오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대부분 철거 업체들은 폐콘크리트를 처리업체에 위탁하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일부를 현장에서 파쇄해 부지 조성용 흙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파쇄 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에 대한 방지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대기환경보전법의 비산(飛散) 먼지 발생 방지 조항에도 흙을 싣고 내릴 때나 운송할 때 먼지를 줄이도록 물을 뿌리고 심한 바람(평균 초속 8m 이상)이 불 경우 작업을 중지하도록 돼 있을 뿐, 파쇄 때 발생하는 먼지에 대해선 언급이 안돼 있다. 철근.석재 등의 절단.연마 때는 작업장에 간이 칸막이나 이동식 방진막을 설치하도록 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 때문에 콘크리트 파쇄 때도 일반 건축물 해체 공사장의 규정대로 공사장 경계선에 1.8m 이상 높이의 방진막만 설치하면 된다. 파쇄 작업 때 날리는 먼지를 막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 실효 없는 행정지도=천안시 환경보호과는 시민들의 먼지 공해 호소에 "철거 먼지가 주택가로 날리지 않게 물 뿌리기를 철저히 하고 방진시설을 보강하도록 행정지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성동 철거 현장은 시 지적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충남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먼지는 소음과 달리 대기환경보전법에 등록된 특정 먼지 배출 현장의 허용 기준만 정해져 있다"며 "일반 건축 현장의 비산 먼지 민원은 뾰족한 규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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