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TV 생산 "나도, 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다기능 리모컨과 MP3플레이어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덱트론은 충북 청원의 오창산업단지에 20억원을 투입해 1천2백여평 규모의 LCD-TV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연말까지 공장을 완공하고 내년 초부터 월 5천대를 생산해 절반을 내수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오충기 사장은 "내년 회사 전체 매출액의 절반인 2백50억원을 LCD-TV에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 전자업체들이 앞다퉈 LCD-TV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20여 중소업체가 이미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50곳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브라운관 TV의 경우 몇몇 대형 가전업체만 남아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장밋빛 전망에 맹렬 대시=이트로닉스(옛 해태전자)는 이달 중순 '인켈'브랜드로 17.1인치 LCD-TV를 국내 시장에 선보인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존의 오디오.통신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비디오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내년에는 32, 42인치 대형 제품을 추가로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셋톱박스 전문업체인 휴맥스는 디지털 튜너를 내장한 17, 30인치 제품을 지난 9월 내놓았다. 이밖에 이레전자.이미지퀘스트.택산아이앤씨.디콘전자.3B테크놀로지 등의 모니터 전문업체와 시그마컴 등의 정보기기 업체, 세비텍.우영 등 부품업체가 자체 브랜드 또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거나 조만간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중소업체들이 앞다퉈 뛰어드는 것은 화질이 뛰어나고 가벼운 LCD-TV를 찾는 고객이 폭증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업계는 세계적으로 올해 수요가 4백만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2007년에는 3천만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델.게이트웨이 등 외국의 컴퓨터 전문회사도 최근 LCD-TV 생산에 들어갔다.

반면 진입장벽은 낮은 편이다. 많은 시설.장비와 기술을 필요로 하는 브라운관 TV와 달리 LCD 모듈을 납품받아 영상을 나타내는 칩과 조립하면 돼 기술이나 설비가 비교적 단순하다.

중소업체들은 직원 50~80명으로 '작은 몸집'을 유지한 채 유통 단계를 줄이면 충분히 대기업과의 가격경쟁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게다가 30인치 LCD-TV의 가격이 5백만원대로, 32인치 평면 브라운관 TV의 두 배를 넘을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아 중소업체들이 대거 뛰어들고 있다.

◇성공 여부는 미지수=삼성전자 관계자는 "생산 업체가 많아지면 소비자는 취향에 맞는 상품을 구입할 수 있고 가격도 낮아진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이들 회사의 제품이 대기업의 수준을 따라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뱅크의 김광주 이사는 "다른 제품과 달리 가전제품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서비스망을 확보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패널 가격이 자재비의 80%나 차지하는 것도 중소기업으로서는 경쟁의 여지를 좁히는 요소다. ㈜덱트론 오충기 사장은 "중소업체는 현금을 주고도 패널을 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고정비 부담이 많은 업체는 초반 경쟁에서 탈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내년 하반기까지 LCD 패널의 공급 부족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김상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