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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섹스 지수

중앙일보

입력

사람 많은 영화관, 숨도 안 쉬고 봤던 최고의 섹스 신. 또는 어디다 눈을 두어야 좋을지 몰라 차라리 잊고 싶었던 최악의 섹스 신.

대낮 미술관에서 벌이는 감각적 섹스 신, 「애인」
결혼을 앞둔 여자(성현아)에게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남자(조동혁)가 접근한다. 한 번은 거절하지만 두 번째 만남에서 남자는 “나 좀 갖고 놀아줄래요?”라며 노골적으로 대시하고, 본능에 충실한 남녀는 헤이리 미술관 한가운데서 감각적인 섹스를 벌인다. 눈부신 햇살이 들어오는 화이트 갤러리, 오피스 룩을 입은 채 서로의 몸을 탐닉하는 두 사람. 언제라도 사람이 들이닥칠 수 있는 장소라 불안불안하면서도 두 남녀 배우가 점차 옷을 벗어가며 즐기는 대담하고 관능적인 섹스 신은 가히 압권. 섹스 신을 어두컴컴한 외설에서 밝고 모던한 비주얼로 풀어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발 닿는 곳곳마다 펼쳐지는 장소 불문 정사 신, 「밀회」
남편의 외도에 상심한 서른의 전업 주부 미흔(김윤진)은 윗집에 사는 시골 병원 의사 인규(이종원)와 만나면서 지루한 인생에서 짜릿한 해방감을 맛본다. 수동적인 여자에서 “내가 잘했나요?”라고 물을 만큼 바뀌어버린 그녀. 미흔과 인규는 모텔뿐 아니라, 차 안, 병원의 책상, 집 근처 공터 풀밭 등 발 닿는 곳 어디에서나 섹스가 가능할 수 있음을 몸으로 보여준다. 나른한 오후, 한줄기 햇살이 흘러 들어오는 산장풍의 모텔에서 벌이는 정사 장면은 이 영화의 대표 섹스 신. 화면을 타고 흐르는 클래식한 첼로 선율과, 적당히 음영져 더욱 분위기 있어 보였던 남녀 배우의 실루엣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김혜수의 알몸을 본 것만으로 충분한 섹스 신, 「타짜」
대한민국 대표 글래머 스타 김혜수는 각종 시상식을 통해 과감한 노출 패션을 선보이긴 했으나, 파격적인 전라 노출은 이 영화가 처음. 사실 나이차는 있지만 남녀 주인공이기에 정마담과 고니의 섹스 신은 대충 예상했었지만 김혜수가 그토록 살신성인의 자세로 홀딱 벗어줄 줄이야. 솔직히 이들의 섹스 신 자체가 기대만큼 요란하진 않았으나, 대한민국 톱스타의 시원스런(?) 모습을 대형 스크린으로 봤다는 데 한 표를 던진다.

평범을 거부한 기상천외한 섹스 신,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자유로운 사랑을 꿈꾸는 신아(김서형)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동기(김성수).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격정적인 하룻밤을 보내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둘은 동거를 시작한다. 두 사람의 공간에서는 틈만 나면 다양한 섹스 신이 펼쳐진다. 책상 앞과 냉장고 앞에서 벌이는 섹스 신은 기본, 공공연히 개방된 한 공원의 공중 화장실에서 벌이는 대담한 섹스 장면과, 불현듯 생각났다는 듯이 이뤄지는 고속버스 뒷좌석에서의 오럴 섹스 장면은 다른 영화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쇼킹했던 섹스 신.

장면보다 대사가 더 노골적이었던 섹스 신, 「연애의 목적」
교생 실습 나온 홍(강혜정)에게 ‘한 번 하자’고 치근덕거리던 같은 학교 교사 유림(박해일). 술자리에서는 “전 조개를 좋아해요”라며 홍에게 은근슬쩍 농담을 던지고, 수학여행 가서는 홍과 키스하다가 반강제로 관계를 맺으며 “딱 5초만 넣고 있을게요”라며 노골적인 멘트를 주저 없이 날린다. 야한 장면 때문이 아니라 야한 대사 때문에 ‘18세 이상 관람가’라는 판정을 받았던 보기 드문 영화였다.

섹스하다 수화를 나누는 황당 신, 「복수는 나의 것」
누나의 수술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유괴한 류(신하균)와 그 유괴를 ‘착한 유괴’라며 합리화시켰던 류의 애인 영미(배두나). 이 중 류와 영미의 연인 관계 확인차 등장하는 섹스 신이 걸작이었다. 진취적인 영미의 성격을 반영한 여성 상위의 자세까지는 좋았는데, 그 진지한 상황에서 갑자기 작업을 중단하고 수화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라니. 당시 신하균과 배두나가 연인 관계였기에 더욱 눈길을 끌었던 장면.

유부녀와 대학생의 어설픈 첫 섹스 신, 「바람피기 좋은 날」
유부녀 이슬(김혜수)은 남편의 외도에 발끈해서 채팅으로 만난 열 살 연하의 대학생(이민기)과 바람을 피운다. 한 카페에서 만난 이들은 “제 물건 엄청 커요” “그럼 한 번 꺼내서 세워봐”라며 엽기적인 대화를 주고받는다. 한적한 모텔에서 벌어진 이들의 첫 정사 신. 숙련된 유부녀 이슬 앞에서 호언장담하던 대학생은 한 마리 순한 양이 되고, 바짝 긴장하며 조심스럽게 그녀를 만지는 그의 소심한 애무 신은 포복절도를 불러일으킨다. 진정한 초보 섹스 파트너인지라 에로틱한 분위기는 싹 날아갔지만 연하남의 수줍음이 귀여워 눈감아준다.

식탁에서 밥 먹다 벌이는 엽기 정사 신, 「친절한 금자씨」
‘친절한 금자씨’에서의 백선생(최민식)과 이정(이승신)의 식탁 섹스 신은 참으로 뒤끝이 찜찜하다. 말없이 식사를 하던 백선생이 갑자기 일어나 식탁 맞은편에 앉아 있는 아내 이정과 사정없이 관계를 갖는 장면은 섹스라기보다 차라리 강간에 가깝다. 또 이정은 성관계를 가지면서도 식탁에 있는 반찬이 떨어질까봐 감싸 안는데 그 장면 역시 엽기적.

전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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