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미FTA 성사와 중립적 선거관리가 임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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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어제 새 국무총리에 한덕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체결지원위원장 겸 대통령FTA특보가 지명됐다. 정치적 색깔을 배제하고 실무형 내각을 구성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임기 말 권력 약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그럴수록 정부는 선거 공방에서 한발 비켜나 국정을 착실히 관리해줘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는데도 아직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고 있다. 통과 전망도 없는 개헌에 매달리는 것부터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럴수록 내각은 철저하게 중립적 자세를 지켜주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최소한 당적이라도 정리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 방법이다.

어제 투명사회협약 보고대회에서는 5개 정당 대표들이 투명한 대통령선거를 치르기로 약속했다. 금권 공세는 물론 지역주의, 흑색선전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우리 사회에서 돈 선거의 폐해는 상당히 사라졌다. 그 과정에 노 대통령이 기여한 역할에 대해서는 평가할 만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공정한 선거 관리다. 권력기관부터 선거에 개입하려는 유혹을 버려야 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총리가 재.보궐선거 지역을 방문해 회의를 주재하고, 특정 정당에 맞춘 정책을 발표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온 게 사실이다. 이러한 유혹을 떨치지 못하면 선거 바람에 휘말리게 되고, 남은 1년 국정이 표류할 수밖에 없다.

새 내각에서 새로운 일을 도모하기는 어렵다. 추진 중인 국가적 과제만 해도 한둘이 아니다. 국민연금, 한.미 FTA 등은 우리의 미래와 직결된 사안들이다. 성사가 되더라도 그 후속 대책이 만만치 않다. 이런 과제들에 전문성과 의욕을 갖고 있는 한 총리 지명자가 내각을 맡게 된 것은 다행이다. 무색무취하다는 일부 비판이 임기 말 내각에는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새 내각은 FTA 등 국가 과제를 마무리하고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는 일만 잘해도 된다.